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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AT 4:11_21.06 / 사샤리암

내이름은슈 2021. 10. 12. 06:00

20210618 - 20210701 / 16h 20m

 

KPC. Sasha Bellmer / PC. Liam Crawford
KP 시계 / PL 달로
W. Quinn 

 

ENDING 1 <이... 사랑스러운사람!>

 

시나리오 링크: https://slayed-q.tistory.com/m/3


7월 22일, 수요일
 
맥킨리의 대표 너드! 까진 아닐지도 모르겠으나, 다소 존재감 부족한 평범한 모범생1인 리암는 오늘도 평범했던 학교 생활을 마쳤습니다.
 
가방 속에 잔뜩 넣어 놓았던 교과서를 복도에 줄지어 서 있는 캐비넷 중 가장 구석의, 자신의 자리에 정리해 집어 넣고 있으면, 맞은편으로는 사샤와 그 무리가 보입니다.
 
어쩐지 딱 저 부근에서만 분홍색 반짝이가 통통 튀어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샤는 맥킨리의 학생이라면 누구라도 모를 수가 없는, 자타공인 학교 최고의 인기인입니다.
 
사샤의 휴대폰은 1년 365일 조용할 날이 없고, 주변은 언제나 오늘처럼 친구들로 북적이죠.
 
오늘도 리암이 끼어들 틈따위는 보이지 않는 것 같네요.
 
정리를 마치고 캐비닛을 닫은 리암은 다시 한번 사샤 무리를 흘긋 쳐다본 후, 그대로 지나쳐 복도를 걸어갑니다.
 
저곳은 리암과는 일절 상관이 없는 세상인데, 굳이 관심을 둘 이유가 없으니까요.
 
그러한 생각을 하며 작은 한숨을 내쉬려던 중...
 
Sasha:“저기,”
 
Liam:... (설마 자기일까 싶어서 주변 두리번)
 
Sasha:"어딜 보는거야? 너 말이야."
 
Liam:어... 어 나?
과학과제는 아직 기간이 좀 남은 걸로 알고 있는데...
빨리 해줘야 돼...나? (평소에 자신에게 말 걸 일이 없었기 때문에 이런 걸로 추측중)
 
Sasha:"..?"
"과학과제? 그런게 있었나."
"하여튼, 그딴 거 말고."
“ 이번 프롬 같이 갈 사람 없지? 나랑 가. ”
 
Liam:다음주 수요일까지 유기화합물에 대해... 어?
프롬을?
나랑?
그... 친구들이랑 내기한 거야...? (눈치)
 
Sasha:"뭐?"
사샤는 눈을 두어 차례 깜박이더니, 작게 키득대며 손사래를 쳤다.
" 내기라니, 그런거 아냐. 그냥 너랑 같이가고 싶어서. "
 
Liam:너랑 난 관심사도 안 겹치고, 공통점 하나도 없는데? (사람을 몰고다니는 사샤와 괴짜들만 입는 옷에 괴짜들만 읽는 책을 들고 다니는 자신이다. 전혀 겹치는 것 하나 없는...)
 
Sasha:" 그게 뭐? 관심사야 알아가면 되지."
"거절 같아서 슬픈데-."
시선은 내내 네게 한 채로 어깨를 으쓱였다. 잠시나마 불쌍한 표정을 지었던 것 같기도?
 
당황한 리암이 이렇다할 대답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쳐다보고 있자니,
 
사샤는 곧 가볍게 웃으며 자신의 휴대폰을 내밉니다.
 
Sasha:“번호 알려줄래?”
 
Liam:아니, 거절하는 건 아니지만... 거절이... (거절이 맞긴했지만 사샤의 표정을 보니 괜히 미안했다.)
번호?
내 ... 내 번호?? (얼떨떨한 얼굴로 사샤를 쳐다보고 휴대폰을 쳐다본다)
 
Sasha:" 그래, 번호. " 번호교환 처음해봐? 라 말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Liam:진짜.. 친구들이랑 내기한 거 아냐? (그러니까... 괴짜들을 상대로 너 쟤 꼬실 수 있어? 프롬 데려갈 수 있어? 이런 종류의... 자기들만의 즐거운 게임같은 그거. 몇 번 당해봤기에 이렇게 부탁하는 것만으로도 예상이 가는 시나리오다.)
내 번호... 여기. (경계하면서도 휴대폰을 받아 제 번호를 입력한다. 사샤에겐 거절할 수 없는 카리스마가 있기에... 순순히 번호를 누르고 돌려준다.)
 
Sasha:"의심병 걸렸어?"
솔직히 이런 새끈한 프롬 파트너가 생긴다는데 내기면 뭐 어떤데..
대충 그런 생각을 했다. 진짜 잠깐 했다. 네 번호가 눌린 폰을 돌려받곤 입꼬릴 당긴다.
"고마워. 자주 연락해도 돼?"
 
Liam:너도 몇 번 당해보면 알 걸... 그런 적은 없겠지만. (마지막 말은 자조하듯 중얼거리는 수준이라 거의 들리진 않았다.)
어... 나야 괜찮지만... 그런데... 사샤 너 내 이름 알아? (괜찮은 정도가 아니다. 오히려 기뻤다! 이게 또 내기라면 상처받을테지만...)
 
Sasha:" 음? 뭐라 그랬어?" 너무 작아서 제대로 못 들은 말을 되물었다. 크게 대답을 바라진 않는지 바로 다음 말을 이었지만.
"알지." 곱게 휜 눈이 대답했다. 부끄러운 건지, 수줍게 시선을 피하면서.
"...리암이잖아. 맞지?"
 
Liam:그러니까... 아니야. 말해도 모를 거야. (안녕 너 천문학클럽의 라이언이지? 난 리암인데... 아! 사소한 건 접어두고 나랑 이따 밤에 데이트하자~ 이런 식으로 데이트에 나가면 소위 패거리라 불리는 애들이 웃고 있었더랜다. 진짜 나왔으니까 10달러 줘 하면서. 말해도 알아들을리 없으니 속으로만 삼킨다.)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아? (의심이 싹터가던 차에 괜히 가슴께가 간지럽다.)
 
Sasha:? 하고 싶은 말이 더 있는 것 같았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이어 별 우스운 소리라는 양 네 어깨를 톡 치기나 했지.
" 너도 좀 특이하다. 프롬파트너 하자는 애 이름 아는게 그렇게 이상한 일이야?"
 
Liam:넌 나랑 대화해본 게 처음이니까. 관심도 없을테고, 그래서 이름도 모를 줄 알았어.
그리고 프롬 갈 생각은 안 했어서... (프롬 날 그냥 같은 수준의 같은 옷을 입는 애들이랑 천문대나 갈 생각이었기 때문에.)
 
Sasha:" 대화를.. 안 해보긴 했지." 쩝. 딱히 할말이 없는지 눈을 돌렸다.
"근데 그게 뭐! 지금부터 하면 되는거 아냐? 난 너랑 프롬에 가야겠으니까."
 
호기롭게 외치는 사샤의 미소는 쓸데없이 눈부십니다. 그에게서 튀어나오는 반짝이가 얼굴을 툭툭 건드리는 느낌이네요.
 
음, 이 감각은… 뒤에서 이쪽을 강렬하게 노려보고 있는 사샤의 추종자들에게서 오는 걸지도요.
 
언제나와 같은 평범한 하루를 보내던 리암은 방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을 겪었습니다. 이성판정 해주세요.
 
Liam: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1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열~)
 
ㅎㅎㅎ (GM):(이열~) 이성치 감소 없습니당
 
사샤에게 번호를 따이고, 리암은 여전히 조금 얼떨떨한 상태로 집에 도착합니다.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어쩐지 기진맥진이네요. 자신의 방으로 들어온 PC는 가방을 내팽개친 후 그대로 침대로 뛰어듭니다.
 
내일은 목요일입니다. 일찍 일어나 지겨운 학교에 또 가야 해요.
 
그냥 이대로 잠들어 버릴까… 생각하며 눈을 감으려던 중.
 
“띠리리링-!”
 
휴대폰이 울리는 소리에 번쩍, 눈을 뜹니다.
 
휴대폰을 확인해 보니 잘 사용하지 않는 메신저 앱으로 전화가 왔습니다.
 
아니, 이건 전화가 아니라… 영상 통화네요? 의아한 생각에 리암은 전화를 받습니다.
 
Sasha:“아, 이제야 받네. 여보세요?”
 
Liam:사샤?
(얼굴이 제일 구리게 보이는 각도로 받음)
(리암은... 셀카를 안찍어서 무슨 각도가 예쁜지 몰라)
 
Sasha:“어 사샤. 이거 내 번호니까 저장.. "
다소 치명적인 각도에 주춤했다.
"....카메라를 좀 올려보는 거 어때."
 
Liam:아, 알겠어... 이렇게? (꽤 높이 올려서 머리랑 눈만 보인다. 조금 있으면 천장도 보일기세.)
 
Sasha:.....
뭔데.. 영상통화 처음해보나?
" 아니 말고. 좀 내려. "
" 많이 말고 네 얼굴은 보이게."
 
Liam:으응... (아까보다 서늘한 말투가 무섭다... 아무튼 얼굴이 보이게 내렸다.)
그런데 무슨 일로 영상통화까지 건 거야?
 
Sasha:"뭐였더라? 아,"
“별건 아니고 오늘 엘 네 집에서 파티가 있는데 너도 오면 어떨까 해서. 시간 괜찮아?”
 
Liam:파티? 당연히... (오늘 밤 천문학클럽에서 광학망원경을 보러가기로 한 게 생각났다.) 당연히...
 
Sasha:"당연히"
?
 
Liam:... 천문학 클럽 애들이랑 별보러 가기로 해서. 광학망원경보는 날이거든. 이게 꽤 큰 규모라 우리가 몇 달 전부터 예약한 행사라... (우물쭈물)
그리고 난 파티가도 재미없어서... 가도 너만 지루할 거야...! (땀땀)
 
Sasha:"그래서 안 갈거야..? " 빤히 쳐다본다.
" 나 파트너 없이 혼자 가야해..?"
괜히 한껏 불쌍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러지 말고 가자. 재미있을거야."
 
Liam:파티도 파트너가 필요해? (한 번도 안 가봐서 모름)
(불쌍한 표정에 마음이 흔들린다. 6달을 기다린 광학망원경이냐... 오늘 번호를 교환하고 처음 말을 한 프롬?파트너? 냐...)
... 나 정말 재미 없어. 가서 별얘기만 할지도 몰라...
 
Sasha:" 모르나본데, 난 어느 파티도 파트너없인 안 가. "
매혹
기준치: 85/42/17
굴림: 2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 같이 가줘, 응?"
 
Liam:그... 그래? 미안해... (파티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자신이 바보같다. 같은게 아니라 바보가 맞다. 사샤가 저렇게 부탁하는데 망원경 생각이나 하고있다니!)
지금 나가면 돼? (망원경이야 다음에 보면 될것이다. 지금은 사샤가 더 중요했다... 어떤 책임감이 생긴 건 아니지만 아무튼 사샤가 중요했다!)
 
Sasha:" ! 오는거지? "
"응 곧이야. 예쁘게 차려입고 와!"
눈에 띄게 기분이 좋아진 사샤가 환하게 웃는다.
 
폭풍 같던 통화를 마친 리암은 어쩐지 사샤에게 말린 기분입니다…
 
어쨌든 간다고 해 버렸으니, 옷을 갈아입어야겠네요. 몇 번 가 본 적 없는 파티지만 이렇게 후줄근한 파자마 차림으로 갔다간 놀림만 받을 것이 뻔하니까요.
 
리암은 옷장을 열고 옷을 고르기 시작합니다. [행운] 판정해 주세요.
 
Liam:
기준치: 30/15/6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ㅋㅋ)
 
Sasha:(ㅋㅋ)
 
Liam:(예쁜 옷...)
역시.. 지난 주에 산 체크무늬남방이...
(옷장 뒤적뒤적)
 
Sasha:(체크무늬도 아닌데..)
 
이럴 수가! 옷장에는 잠옷 말고는 옷이 하나도 없습니다. 어쩌면 좋죠? 곰돌이 귀가 달린 잠옷과 지금 입고 있는 후줄근한 파자마… 둘 중 하나를 입고 가야 해요.
 
Liam:남방이... 없네... (헉...)
 
Sasha:(ㅋㅋㅋㅋ...)
 
Liam:파자마 파티를 열 수도 있으니까 파자마보단 곰돌이 귀 달린 잠옷이 낫겠지... (애써 합리화함 파티를 드라마랑 영화로 배웠음)
 
그래요. 정말 말도 안되지만 이상하게도 이것들 밖에 없어요.
 
나름의 합리화와 함께 곰돌이 잠옷을 입은 리암.. 이성판정해주세요.
 
Liam: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5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열..)
 
Sasha:(열..)
 
옷을 갈아입고 나면 리암은 집을 나서, 사샤가 알려 준 장소로 향합니다.
 
문 앞에서 배웅해 주던 엄마의 표정이 미묘하게 밝았던 것 같은데… 기분 탓이겠죠?
 
엘 네 집은 학교와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적당히 크고 깔끔한 집이네요. 마당에는 수영장도 있는 모양입니다.
 
시끄러운 음악 소리와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가 새어나오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우와, 완전히 별천지입니다!
 
Liam:헉...(이런 파티 처음이라 뭐 어케해야하는지 모름)
엘네집이니까 선물을 사왔어야 했나? (눈 둘 곳 없어 방황하는 시선...)
 
리암은 열심히 고개를 두리번거립니다.
 
저게 두 몸인지 한 몸인지 구분도 할 수 없게 뒤엉켜 격렬한 입맞춤을 나누는 사람들도 보이고, 곳곳에 화려한 조명과 심장을 쿵쿵 울리는 음악 소리가 가득합니다.
 
Liam:(나갈까...)
 
그러던 중! 누군가 자신의 손목을 가볍게 감싸 쥐는 감각이 느껴집니다.
 
Sasha:“안 늦었네. 사람 많아서 헤맬 줄 알았는데.”
 
조금 놀란 채 상대를 확인해 보니… 사샤네요! 왠지 반갑습니다.
 
오늘의 사샤는 역시나 눈부십니다. 파란 색과 노란색이 섞인 화사한 미니원피스를 입었네요. 리암의 패션센스로는 어디가 어떻다 묘사할 수 없지만, 누가 봐도 예쁠 것 같아요.
 
Liam:사샤! (자신과 정반대의 분위기. 꼭 이 파티의 주인공같다고 생각했다.)
늦을까봐 일찍 나왔어... 그런데 다들... 어, 이렇게 노는구나. ?
 
Sasha:" 이렇게가 어떻겐데?"
잔뜩 신이난 모양새로 잡은 손을 작게 흔들며 물었다.
 
Liam:서로 사귀는 것처럼... (그제서야 제 손이 잡힌 걸 확인하고 말을 잇지 못한다. 까먹은 게 맞을 것이다.)
 
Sasha:"그런가..? 그보다 너 없으니까 영 재미없더라. 기다리고 있었어."
살풋 미소짓곤 다시 널 보니 뒤늦게 차림채가 들어온다. "근데 너 옷이..?"
 
Liam:날 기다렸어? (화를 낼 줄 알았는데, 예상치 못했던 반응에 고개를 갸웃)
아 그... 파티라고 해서 파자마파티같은 건줄 알고. 이, 이상해?
이상하지...
내가 봐도 이상하다 진짜...
 
Sasha:"내가 불렀는데 당연한거 아냐?" 따라 고개를 기울였다.
" 아니, 귀엽다고, 그 말이었어."
" 별 소리도 안 했는데 왜 혼자 땅파고 들어가?" 진짜 독특하긴 한데...
혼자 컨셉 따로 놀기야 하지만, 파티 한 번을 와봤음 다행일 것 같은 애를 데리고.. 이정돈 예상했단 눈치였다.
"이것도 예쁘긴 한데 그래도, 다음에 내가 옷 사줄게."
 
Liam:귀여워? (자신이 아니라 동물 잠옷을 가르키는 말이겠지. 곰돌이 귀가 안 보이게 후드를 뒤집는다. 괜히 더 부끄럽다...)
어, 뭐? 그렇게 까지 안해도 돼... 나 옷 많아;! (땀땀)
 
Sasha:" 괜찮아. 난 돈이 많거든."
“그보다 적당히 둘러봤음 나랑 놀자.”
리암의 손목을 감싸쥐고 부드럽게 끈다. 오늘따라 기분이 좋은걸까? 항상 찌푸리던 미간은 사라지고 여즉 사근하게 웃었다.
“이리와.”
 
사샤의 손에 이끌려 동그랗게 앉아있는 무리에 들어갑니다.
 
Sasha:"맥주병 돌리기 게임인데, 해봤어?"
 
Liam:돈 많은 게 문제가 아니라... (어쩐지 사샤의 말엔 거절을 못하겠다. 그냥 끌려간다)
아니 맥주...도 마셔? (동공지진)
마셔도 돼?
 
Sasha:"안돼..?" 당최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이다.
 
Liam:우린... 학생이잖아?
 
Sasha:"말만 그렇지 맥주 한 번 안 마셔본 학생이 어디있어?"
게임 하다보면 계속 마실텐데. 얜 어떤 재미없는 인생을 살아온걸까. 조금 궁금해진 사샤였다.
 
Liam:난... 안 마셨어;
파티에선 다 마시는 거야?
너도 마실 거야? (땀땀)
 
Sasha:" 당연한거 아냐? ..지금부터 배우면 되겠네."
"자, 여기 봐. 이렇게 앉아서 한 명씩 저기 있는 맥주병을 돌리는 거야."
맥주병이 가리키는 사람은 돌린 사람이랑 키스하기. 키스하기 싫으면 벌칙주를 마시면 되고. 이해 돼?
 
Liam:키스?
키스???????
키스아니면 맥주라고?
이걸... 이걸 처음 본 사람이랑 해?
 
Sasha:" 윽, 시끄러워."
 
Liam:(조용)
 
Sasha:"그래 키스. 원래 다들 그래."
 
Liam:난 원래 안 그러는데...
 
Sasha:"여기선 그렇게 할거야. 쟤네 봐봐."
 
중간에 둘이 끼건 말건, 다른 친구들은 이미 게임에 열중하고 있어요.
 
그런데.. 수위가…. 그냥 뽀뽀는 아닌 것 같아요.
 
잠깐 지켜봤는데도 리암은 얼굴이 조금 화끈거리기도 하고, 심장이 두근대는 것 같기도 하고…
 
Liam:(양 손으로 얼굴을 감싼다)
저건 사귀는 사이라도 못할거야... 다들 보고있는데... 어떻게 저런 짓을...
 
Sasha:"저런짓이라니." 사귀는 사이면.. 해야지 인간적으로...
"어? 내 차례래."
 
Liam:어?
(눈만 데굴데굴)
 
어느새 사샤의 차례가 됐네요. 사샤 [행운] 판정합니다.
 
Sasha:"해볼게."
기준치: 70/35/14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세상에, 핑그르르 돌던 맥주병은 리암을 가리킵니다.
 
Liam:(!!!!!!!!!!!!!!)
 
Liam:(!!!!!!!!!qjfEJrdl
(벌떡일어남)
" 엇, .. "
" 어떻게 처음부터 네가 걸리지.. 시범 보여주려 했는데 처음부터 실전이게 생겼다."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널 올려다 보았다.
 
Liam:자자잠깐만...(흔들리는 시선)
실전이라면, 키스하겠단.. 뜻이야?
 
Sasha:" 그럼 싫어? "
"나랑 키스하는거.. 싫다고?.."
 
Liam:싫은게 아니라 아직 너랑 난 이름밖에 모르고, 그리고 키스는 아직... (한 번도 안 해봤다고 하면 쪽팔리니까 말을 아낀다.) 사샤 너도 키스는 좋아하는 사람이랑 하고 싶을 거 아니야...?
내, 내가 맥주라도 마실게;..
 
Sasha:"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 사샤의 가냘픈 쫀심에 제대로 스크래치나는 소리였다.
" 야! 날 보라고. 진짜 나랑 키스하기 싫다고? "
"따로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있는거야?!"
 
Liam:없, 없어. 왜 화를 내는 거야... (움츠러듬...)
아니, 이렇게 갑자기 키스헤도 괜찮은 거야? 나는 잘 모르겠어서...
 
Sasha:"아니!!! 짜증ㄴ!!! ... ..." 침착하자. 이건 전혀 화를 낼 일이 아니다. 마음을 다스리자... ....
"...후. 일단 리암? 키스 한 번 한다고 사귀게 되는 것도 아니고, 이건 게임이잖아."
"전혀 어렵지 않아. 책임져야 할 것도 없고.. 다른 친구들도 다 하는데?"
최대한의 노력 하에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Liam:쟤넨 내 친구라기 보단 네 친구지... 우린 놀때 별 이름 대기를 하는 편이고.
키스보다 그냥... 손잡으면 안 돼? 끌어안기라거나... (키스를 한 번도 못했다곤 죽어도 말할 수 없었다!)
서로의 온기가 필요한 거라면 키스가 아니어도 될 거 같은데...
 
Sasha:"손.." ㅋ... ... ...
"나한테 키스는 됐고 손이나 잡자고 말한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
 
Liam:그런 뜻이 아니라;
오해가 있는 거 같아. 잠깐 나가서 얘기할래?
 
Sasha:" 오해는 무슨.."
"뭐, 나가면 키스할 수 있을 것 같냐?"
 
Liam:어...?
나가서 키스하잔 얘기가 아니라... 너 지금 나한테 화내는거야?
(얼떨떨..)
 
Sasha:"화는 누가." (화내는거 맞는거 같다.)
 
그냥 마시거나 해버리면 되지, 왜 싸우고 있는 걸까요.. 주변에서 수군대기 시작합니다.
 
Sasha:주위를 의식하듯 시선을 굴리다 제 머리를 헝클인다. 작게 중얼거리며 널 째려봐.
 
Liam:내, 내 잘못이야? (흘김받아서 쫄았음)
 
Sasha:" 쪽팔리게.. "
제 잘못이다. 이렇게까지 뺄 줄 알았음 조르지나 않았을 텐데.
 
Liam:그냥 마실게... (맥주를 손에 쥔다)
 
Sasha:"됐어. 내가 마셔. 잔 내놔."
 
Liam:나 때문이니까 내가 마실게;
 
Sasha:" 술도 처음일 거 아냐. 마셔본 내가 마시는게 낫지. "
 
Liam:(대답없이 손에 쥔 맥주를 단숨에 들이킨다.)
 
Sasha:" ... " 널 빤히 바라보았다. 처음이라면서 한 번에..
한껏 짜증을 부린 직후에도 조금은 걱정이 되는 모양이지.
 
Liam:(맛없어... 이걸 무슨 맛으로 먹는 건지, 미간이 좁혀지더니 이내 빈 병을 내려놓는다.)
이제 된거지?(조금 알딸딸한 기분으로 사샤를 쳐다본다)
 
Sasha:"그렇겠지." 짧게 숨을 내쉬며 대답한다.
 
시간을 너무 끈 걸까요! 주변에서 빨리 다음사람 진행하라며 성화입니다. 그런데 다음 차례가…… 리암이네요.
 
Liam:... (!!!)
으음... (급하게 마셨더니 좀 토할거같고)
 
Sasha:..? " 너 괜찮아? " 안색을 살폈다.
" 표정이 좀 안 좋은 것 같은데.. "
 
Liam:괜... 안 괜찮은 거 같아... (미간을 찌푸린다.) 나 먼저 가도 돼?
아예 가는 건 아니고 바람 좀 쐬고오오, 올게...
(시뻘개진 얼굴로 비척이며 일어난다)
 
Sasha:"어? 어, 알겠어.. 화장실은 저쪽이고 베란다는 사람 많아서 2층 빈방 창문 찾는게 좋을거야. "
비척대는 뒤통수에 대고 말했다.
 
Liam:응, 고마워... (비틀비틀... 정반대로 간다)
 
Sasha:" ?? 야! 거기 아니라고," 하아, 얕은 한숨을 쉬었다. 네 옷자락을 잡고 아무 빈방으로 끌어 창문 앞까지 데려다 놓았다. 역시 내가 마실 걸 그랬나.. 너무 밀어붙인 거 같기도 하고..
 
Liam:(창문에 기댄채로 고개를 숙였다.) 안 해봤어...
키스 안 해봐서... (머리를 긁적인다.) 부끄럽단 말이야.
너는 많이 해봤으니까... 괜찮겠지만.
 
Sasha:" 어..? 아.. 그랬구나. "
생각도 못한 일에 말을 고르느라 답이 늦는다. 성인도 아닌데 키스 한 해본 것 정도야 뭐 별거라고 생각하는사람이 더 많겠지만, 천하에 저 밖에 모르는 사샤가 저와 다른 인간을 미리 헤아릴 수 있었을 리가 없다. 와중에도 '안 해봐서 부끄럽다면 해보면 될 일 아닌가,' 라는 생각이 자꾸만 머리를 디밀지만 꾸역꾸역 눌러보았다. 없는 양심이라도 챙겨봐야 하지 않겠어.
"내가 원래 이런 말 절대 안하는데, 그.. 미안."
"..다시 생각해보니까 내가 너무 강요한 것 같아서. 무작정 앉혀놓고."
 
Liam:여기서 키스 못 해본 건 나 밖에 없을테니까... 말하면 다 비웃을 거 같아서 말을 못했어. (바람이 불어오니 기분이 한결 나았다. 메스꺼움도 조금씩 가라 앉았고.)
그리고 네가 실망할 거 같아서... (술기운인지 속마음을 줄줄 말하곤 한숨을 내쉬었다.) 파트너가 키스까지 못하면 너도 체면이 말이 아니잖아.
아직도 네가 날 왜 데려왔는진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내가 널 겉모습만 보고 오해했던 것 같아. 내가 더 미안해.
 
Sasha:" 왜,. 비웃겠어.. .."
솔직히 남이었다면 비웃었을 인간성이지만 지금은 왠지 모를 안쓰러움이 앞섰다. 네 말을 들으며 무작정 끌고다녔던게 새삼 양심에 찔리는 것 같기도 해.
"괜찮아.. 흠, 나도 잘 한 건 없는 것 같기도.. " 답지않은 말들이 민망한지 괜히 헛기침이나 하며 말을 흐린다.
"속은 좀 괜찮아?"
 
Liam:훨씬 나아졌어. 그런데 괜찮아? 나 때문에 도중에 나와버렸잖아. (미안한지 눈을 못마주친다)
지금가도 게임에 끼워주려나 모르겠다...
 
Sasha:"됐어. 파티야 맨날 하는거고. 어차피 다 술게임이라 하기 힘들거야." 한 잔만 더 마셔도 큰일나겠는데 무슨 게임을 하겠냐.. 아쉬운 대로 일찍 집에 갈까 생각하던 그때,
 
집안 곳곳에서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춤 출 시간인가 보네요!
 
Liam:맨날 이런... 걸 한다구?
 
하나 둘씩 손을 잡고 춤을 추기 시작하네요. 마침 사샤가 좋아하는 노래인 것 같아요.
 
Liam:미안 술은 처음 마시는 거라... (춤추기 시작하는 사람들을 보고 사샤를 본다.)
 
Sasha:본능적으로 소리의 시작을 찾는지 시선을 위로 올렸다. "신경쓰지 말래도, 그것 보다.. 댄스타임인가보네."
 
Liam:나, 춤은 몇 번 춰봤는데. (손바닥이 보이게 내민다.)
잘 춘다는 건 아니고... 키스보단 나을 거야. (황급히 덧붙이며)
 
Sasha:" 멋없게.." 덧붙이는 말이 어이없어 바람빠지는 듯 웃었다. 그래도 기분은 한결 나아진 것 같아.
" 다행히 처음은 아니라니까 기대해 볼게." 네 위로 손을 겹쳐잡았다.
 
Liam:내가 그런 편이지. (멋있다는 말은 제 앞의 사샤에게나 해당하는 말이지. 자신이 멋없다는 말은? 들어도 화나지 않았다 사실인걸뭐.)
처음은 아닌데... 오랜만에 추는 거야. (가볍게 손을 잡은채 음악소리에 맞춰 나아간다.)
 
Sasha:" 얼마나 오랜만인데? " 손을 잡고 스텝을 맞췄다. 조금은 불안한지 발 밑을 확인하길 몇 번, 안심하며 위를 올려다본다.
 
Liam:2년...? (춤을 출 일이 없었으니 당연했다. 혹시 발을 밟을까 확인하는 걸까, 집중하는 모습이 어쩐지 친근감이 들어 웃음이 나온다.)
춤추는 거 좋아해?
 
Sasha:몇 달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다시 드물게 발 아래를 흘긋거렸다. 이건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싫진않아. 일단은 치어부고.. 이런 춤보단 좀 더 빠른 템포의 춤이 좋긴 하더라."
 
Liam:싫진 않다라... ('좋다'라는 말은 입밖으로 내지 않는 사샤만의 표현방식이라 생각했다. 내심 이 음악이 끝나면 더 빠른 템포의 음악이 나오길 바라본다.)
아무래도 난 춤이랑 거리가 머니까, 너무 빠르면 못 따라가겠던데. 그... 프롬얘기를 지금 하면 너무 이상하려나.
물론 네가 내가 파트너가 되는 걸 허락한다면... 이겠지만. (파트너 신청을 사샤가 했음에도 불구하고 꽤나 저자세로 들어온다.) 프롬 전까지 매일 연습해야 할 거 같네.
 
Sasha:" ..! " 무슨 소릴 하려길래 뜸을 들이나 잠자코 듣다, 이어 들리는 말에 기쁜 표정을 감추기 어려웠다. 허락은 무슨, 내가 먼저 꺼낸 말인데. 맞잡은 손끝에 힘을 밀어넣고 눈을 맞췄다. 특유의 즐겁고 오만한 낯을 하고서.
" 방금 그말, 절대 후회 안 할거야. 내가 네 인생에 다시 없을 최고의 파트너가 돼 줄 테니까. "
연습은,. 나도 간간히 도와줄게. 라며 작게 속살거리듯 말하곤 크게 미소지었다.
 
Liam:후회할 말은 안 해. 이래봬도 꽤 생각하고 말하거든. (자랑인지 농담인지 모를 얘기를 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너 치어부 연습도 하고, 파티도 가려면 바쁠텐데. 괜찮아. 레슨을 따로 받아보지뭐. (즐거움이 만연한 얼굴에 자신도 어색하게나마 입꼬리를 올린다. 여기 오자마자 위축됐었는데, 꼭 어제 일 같았다.)
 
Sasha:" ..방금, 지금까지 본 것 중에 제일 멋있었어. " 제 앞의 남자가 초심자란 사실도 잊은듯, 리듬에 맞춰 발을 옮기면서도 시선은 너에게만 있었다.
" 자신감있는 모습도 새롭네. 그래, 기대를 품고 얌전히 기다려볼게. 얼마나 멋지게 출지. "
 
노래의 마지막 후렴이 지나갑니다.
 
Liam:멋있다고?! (생각치도 못한 칭찬에 팔이 헛나가고 그 바람에 사샤의 허리에 손을 올린 모양새가 됐다.)
(부끄러운지 금방 손을 뗐지만.) 미안... 미안, 그런 말을 들을 줄은 몰라서. (노래가 끝나기만을 바랐다. 더 이상 실수를 한다면 사샤가 실망할까봐)
 
Sasha:" 나 빈말 같은거 안 하는 사람이야. " 제 앞의 소심한 덩어리가 제 말이라도 믿고, 자신감이나 가져봤음 했다. 무려 사샤가 이런 감정을 들게 하는 리암도 어떻게 보면 대단했다. 호들갑을 떨며 사과하는 상대를 빤히 보다 네 손을 잡아 제 허리에 올렸다.
" 이게 맞아. 레슨도 받을 거라며. "
"노래도 끝나가는데 이정돈 해 보는게? " 가벼운 도발이라도 하는 것처럼 입매를 휘었다.
 
Liam:실수...였는데... (평소처럼 말소리가 작아졌다. 오만한 미소에 눈을 질끈 감곤 허리를 제 쪽으로 끌어당긴다. 배운 기억도 안 나는 춤을, 학교에서 제일 잘나가는 사샤랑 춘다는게 믿기지 않았다.)
(틈을 유지하던 거리가 줄어들면 눈 앞엔 사샤의 얼굴만이 보였다. 바람에 술기운이 다 빠진줄 알았는데 또 얼굴이 뜨거워지는 기분에 괜히 고개를 돌렸다.)
 
Sasha:허리를 당기는 힘에 잠시 움찔했다. 손이나 얌전히 올리고있음 부단한 노력이라 생각하려 맘먹었어서. 물론 천하의 사샤라면 당황이 오래갈 순 없다. 곧 만족스러운 낯을 하곤 노래의 끝을 즐겼다. 춤은 잘만 추면서 부끄럼을 타는 네 고개를 기어코 제게 돌려놓을까 고민하다, 이내 그만두기로 하였다.
 
파티가 슬 마무리되는 분위기예요.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기로 합니다. 아쉽지만… 내일 학교도 가야 하고, 시간이 늦었으니까요.
 
Sasha:“그래도 좀 취했었으니까.. 데려다 줄게.”
 
Liam:내가 데려다 줄게. 피곤하잖아. (본인 때문에 파티도 제대로 못 즐겼는데, 순순히 바램을 받기엔 양심이 너무나도 찔렸다.)
술 냄새 나는 채로 들어가면 부모님이 뭐라 하실지 몰라서... 너 바래다 주고 바람 좀 쐬고 가면 괜찮을 거 같아.
 
Sasha:" 그런거라면.. 그럴래? "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인다.
 
시끄러운 파티 장소를 나서, 미미한 가로등 불빛만이 길을 밝혀 주는 길을 둘이서 걷습니다.
 
어쩐지 다시 가슴이 뛰는 것 같기도 하고… 술을 마셨기 때문일까요?
 
Sasha:" 오늘 재밌었어. "
 
Liam:정말?
나도 재밌었어. 파티에서 이렇게 노는 줄 몰랐는데... 되게 신기하고... 재밌고...
키스는 어, 내가 연습해올게. (술이 덜 깼는지 또 헛소리를 했다.)
 
Sasha:" 연습을 해온다고? 누구랑? "
"게임은 안되는데 연습은 돼?"
 
Liam:오늘은 너무 갑작스러웠어. 어떻게든... 연습해볼게. (친구들에게 물어볼까 생각한다. 생각해보니 다 자기랑 비슷한 녀석들인데... 떼어지지 않는 입을 겨우 연다.)
... 어떻게 연습해야되는지... 알려줄 수 있어?
 
Sasha:" 연습이랄게... 따로 해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는데. " 이것저것 물어본단 얘긴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근데 그게 뭐 대단한 연습이나 되겠냐고. 당장 떠오르는 방법이라곤..
" 직접 해보는게 제일 좋긴.. 하겠지? 친구들이랑 하자고 해보든가."
"아님 뭐.. 해줄까? "
 
Liam:내 친구들은 다 남자야... (연애는 커녕 키스를 한 번도 못해본 환경이니 그럴 수 밖에.)
(해준다는 말에 눈이 이보다 더 커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휘둥그레졌다.) 해, 해준다고...? 그게, 그렇게 쉽게 가능해? 나는... 어. (에둘러 거절할 말을 찾아본다. 거절한다는 건 싫은게 아니라... 자신의 모자란 부분을 들키기 싫은 것인데. 이걸로 또 오해가 생겨난다면...) 사샤, 나를 위해주는 건 좋은데... (또 중얼거림이 시작됐다.)
 
Sasha:"쉽다니, 나 그렇게 아무나랑 입술 부비고 그런 사람 아니다? " (맞음)
"강요하는거 아니니까 그렇게 말 고를 필요 없는데. 나야 너 아니었어도 파티가면 가끔 하던거고.. 괜찮은거 같음 됐어. 너가 알아서 연습해오겠지."
밤바람이 시원해 기분이 좋아져서인지, 아까전의 경험에서 배운 바라도 있는건지는 몰라도 훨씬 유연해진 말투였다.
"그냥, 이런 선택지도 있다고 알려준거야. 세상에 나같은 파트너가 어딨냐? "
 
Liam:아, 미안해. 쉽다는 게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다음 말을 찾지 못해 애꿎은 바닥만 쳐다봤다.)
세상에 너같은 파트너는 없을 거야. (바보같은 옷의 자신을 파티에 데려갔으니 말이다. 그럼, 정말 자신의 연습상대가 되어주는 걸까. 처음 육안으로 안드로메다자리를 봤을 때처럼 두근거렸다. 술기운 탓인지 더 두근거리는 듯 했다.)
... 해도 돼? (손을 어디 둬야할지 모르겠는지 괜히 양 손을 꼭 쥐었다. 쥔 손에 힘이 들어가 손끝만 애처롭게 하얬다.)
 
Sasha:잔뜩 긴장한 목소리나, 하얗게 질린 손끝 따위를 바라보자니 제가 무슨 잘못을 하고있는게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일었다. 이상하게 아랫배가 간질거린다. 안되지 안돼. 나까지 긴장탈 건 뭐람. 말마따나, 제게 이정돈 쉬운게 맞았으니까.
"그래, 돼."
가볍게 미소지었다. 네 한 손을 부드럽게 끌어온다.
"대신에 손에 힘은 풀고.. 허리나 목같은.. 원하는 데 아무 곳에나 손 올리고. 나 봐도 되는데, 계속 눈 뜨고 있진 말고. 빠르면 놀라기 쉬우니까 천천히.." 설명하는 부분마다 시선이 지났다. 다문 입술을 조금 위의 녹색 빛을 바라보다 느즈막히 입을 열었다.
"닿는건 네가 먼저 해볼래?"
 
Liam:(아까처럼 허리에 손을 올렸다. 어색해서 바로 뺐다. 어깨에 올리니 뭔가 어색했다. 로맨스 영화를 잘 보는 것도 아닌 터라 동작 하나하나가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사샤의 눈이 어서 하라고 종용하는듯 했다. 눈을 감고, 숨을 들이 마신다. 너무 세게 감아서 화난 것처럼 보이면 어떡하나. 쓸데없는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준비는 거창했고, 시도는 소심했다. 눈감고 다가간 입술의 행방은 가볍게 쪽 소리나 내고 떨어졌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리암은 어쩔 줄을 몰라서 얼굴이 시뻘개져서 눈을 뜨지도 못하는 것이다.) 해, 했어...
 
Sasha:하나부터 열까지 뚝딱거리기만 하는 꼴이 저 처음이라 자랑이라도 하는 것 같더라. 저 다운 비웃음이 아닌.. 무어라 정의하기 힘든 미소가 나는 스스로가 낯설었다. 물기어린 소리와 함께 떨어진 찰나의 접촉에 눈을 깜박거렸다. 끝이라고? 이렇게 잠깐 붙었다 떨어지라고 앞의 장황한 설명을 했던게 아닌데.
"...이걸,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연습이고 처음이니까 봐준다는 마음이었을까. 다소 황당한 마음을 중얼대면서도 결국은 한 발자국 물러선다.
" 그래서 어땠어? 첫 연습은? "
 
Liam:... 아직 실감이 안나. (그럴만도 했다. 자신이 한 건 키스가 아니라 애들이 하는 뽀뽀 수준이었으니!)
도와줘서 고마워. (그럼에도 자신은 꽤 큰 일을 했다고 생각했는지 사샤의 시선을 마주하다가도 머쓱하게 뻗친 머리카락이나 만져댔다.)
이렇게... 하는게 맞는 거지?
 
Sasha:그렇겠지, 라고 생각했다.
"음.... 이렇게 시작하는거지."
차마 맞다고는 할 수 없었다. 거짓말을 할 순 없잖아. 그래도 나름대로 귀엽게 봐줄 만은 했나.
" 다음 번엔 좀 더 제대로 할 수 있겠지. "
 
Liam:아, 응! (긍정적인 대답이라 생각했는지 금방 고개를 끄덕인다. 그나저나 방금 전까지 입술이 닿았는데 아무 변화도 없는 태도가 조금 신경쓰였다. 왜 신경쓰이는지 알 수 없었지만. 오히려 신경쓰는게 사샤답지 않았을테다.)
다음 번이라면... 다음에도 도와주는 거야? (약간의 두근거림. 그리고 이렇게 엮이게 된데에 대한 미안한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생겨났다.)
 
Sasha:" ..그때 봐서. "
다소 의미심장한 침묵 후에, 또 다시 띄운 낯은 오늘만큼은 내내 볼 수 있던 미소였다. 여즉 먼저 하자고 할 땐 언제고 반대로 묻자 확답은 쉽게 주지 않는게, 변덕스런 사샤답다면 다웠다. 하지만 어쩐지 거절당할 것 같진 않은 근거없는 예감이 들게했다.
" 다 온 것 같네."
 
짧은 키수 후 조금 더 걷다보니 어느새 사샤네 집 앞에 도착해 있습니다.
 
문 앞에 서서 리암을 가만히 바라보는 사샤의 시선은 다정하고, 또… 가슴 한켠이 간질거리네요.
 
Liam:(그때가 언젠데? 질문이 목끝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오늘 하루종일 바보같았던 제가 이런 질문을 하면 더 바보같아 보이고 말겠지. 애타는 시선으로 사샤의 뒷통수만 쫓다가 사샤의 집 앞에 도착하자 시선을 거둔다.)
오늘 고마웠어. 술도 키스도 다 처음인데 네가 도와줘서 어색하지 않았고... 오히려... 좋았어. (말하고 나서 자기 뺨을 치고 싶었다. 어떻게 그딴 말을 집 앞에서 하냐)
 
Sasha:네 입에서 나왔다기엔 꽤나 솔직한 말인 것 같았다. 괜히 눈물을 훔치는 시늉이나 해보며 미소를 터뜨려.
" 아하하, 나도 좋았어! "
" 진심이야. 좀 미안할 정ㄷ,..아니다, 나 이제 진짜 들어가봐야해. 너도 조심히 가, 안녕! "
 
Liam:응. 잘 가. (더 할 말이 있을텐데, 금방 들어가버리는 널 보며 그냥 손이나 흔들었다. 다음엔 말을 미리 써올까 생각했다.)
(제 편견과 달리 너무나 다정했기에, 조금만 더 대화를 한다면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휴... (사샤랑 있던 몇 시간이 파도처럼 몰아닥쳐서 당황스러웠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괜히 가슴께가 간질거린다.) 술이 덜 깼나... (집으로 가는 발걸음만 재촉했다. 너무 늦으면 부모님이 걱정하실테니)
 
아무렇게나 손을 흔들며 후다닥 대문 안쪽으로 몸을 감춘 사샤가 리암의 대답을 들었을지는.. 잘 모르겠군요.
 
걸음을 빨리해 고요하고 평온한 집 안으로 들어오고서도, 간질대는 마음이 어딘가에 남아 있음을 느낍니다.
 
오늘 하루는 정말, 정말 이상했어요.
 
7월 23일, 목요일
 
리암은 조용한 교실에서 문학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어제 파티에 다녀오느라 늦게 잠에 들었기 때문인지 자꾸만 졸음이 몰려오네요.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들으면서도 결코 눈을 감지 않겠다 재차 다짐하던 차에, 뒤에서 작은 쪽지 하나가 툭 날아옵니다.
 
“???”
 
뭐지? 싶어 겨우 정신을 차리고 뒤를 돌아보니 사샤가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띤 채 여기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갑자기 잠이 확 깨네요.
 
Sasha:[피곤해?]
[오늘 점심 같이 먹자.]
 
Liam:(뒤돌아서 사샤를 본다. 진짜 나? 손가락으로 자신의 명치를 가르킨다.)
 
Sasha:'그래 너.'(입모양으로 대답하며 손가락으로 찌르는 시늉을 했다.)
 
Liam:(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보다가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리자 바로 앞을 향한다. 어색하게 쪽지를 책으로 가리며 펜을 부지런히 놀린다.)
[어... 네 친구들이랑?]
[아니면 둘이?]
 
Sasha:(펜 끝을 물고 고민하는가 싶더니 곧 쪽지에 작게 끄적여 던진다.)
[같이 먹어도 되긴 하는데..]
[난 둘이 좋아.]
 
Liam:(만약 사샤가 옆에 앉았다면 쪽지를 보자마자 동공지진하는 리암을 놀렸을 것이다... )
[어.. 그럼 이번시간 끝나고?]
 
Sasha:[응. 그럼 끝나고 교실앞에서 기다려.]
먼저 건넨 쪽지를 다 읽어갈 때 즈음, 뒤늦게 쪽지 하나가 더 날아들었다.
[야 근데 너]
 
Liam:(가만히 쪽지를 본다)
 
Sasha:[뒤통수 짱 귀엽다.]
[ㅋㅋㅋ]
[수업 재미없어서 너만 보고 있었어.]
 
Liam:????
(놀랐는지 쪽지를 보던 손이 책을 치고 바닥으로 떨어진다.)
(황급히 책을 주우면서도 믿기지 않는지 자신의 뒷통수를 만진다.)
[처음 듣는 말인데...고마워.]
[너도 귀여워}
[아... 귀엽다는 말은 싫어할 수도 있겠다. 그러니까 귀엽다는 것보다 네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Liam:(그 뒤로는 펜이 엉뚱한 실타래같은 것만 그려놨다. 말하기 부끄럽거나, 하기 싫거나)
[아무튼... 네모습을 본받고 싶단 뜻이었어...]
 
Sasha:무슨 말을 쓰길래 오래걸린담? 생각하던 사샤는 쪽지를 건네 받자 소리 없이 깔깔댔다.
귀엽네 진짜.. 작게 중얼거리는 낯이 한껏 즐거우면서도 어딘가 그늘이 비췄던 것 같기도? 하여튼간에, 곧 답을 적어 앞으로 건넸다.
[난 그런 소리 많이 듣는데 너한테 들으니까 좀 다른 것 같아.]
[고마워xD.]
 
리암이 쪽지를 받던 차에 앗! 꼰대선생 스미스가 옆을 지나갑니다.
 
리암 [행운] 판정해주세요.
 
Liam:
기준치: 30/15/6
굴림: 99
판정결과: 대실패
 
이런, 선생님이 둘이 주고받던 쪽지를 발견했습니다.
 
“이기.. 뭐꼬? ..”
 
Sasha:(헉tlqkf)
 
Liam:그... 게...
 
“ 하~ 니들 연애하나? 리암.. 열심히 하는 줄 알았는데.”
 
Liam:네? 아, 아니에요. 그냥 제가 같이 점심먹고 싶어서... (사샤눈치봄)
 
"됐고, 리암은 인나서 본인이 쓴 사랑의 메세지를 읽어보도록"
 
"큰소리로. 퍼뜩"
 
Liam:...
 
Sasha:(오우....)
 
Liam:...네모습을... 본받고 싶단 뜻이었어... (제 생각에 무난한 부분만 읽어봄... 제발 더 읽으라하지말아주세요...]
 
Sasha:'내가 보낸건데.. 좀 미안해졌다.'
 
" 엥 거 말고. 그 위에. 너도 귀.. 여워.. 여기여기 "
 
Liam:...
 
아아 원망스러워요. 스미스는 안경을 빼어 쓰기까지 하며 띄엄띄엄 쪽지를 읽어버리네요.
 
Liam:그... 부분은... (모기소리) 너.. 도... 귀여...워... (얼굴개빨개짐)
 
Sasha:사샤는.. 숨죽여 웃고 있다. (못됐어!)
 
쪽지를 읽으니 주변에서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네요. 그 사이에 사샤 것도 섞여있을지 모르겠어요.
 
Liam:... (죽고싶음)
 
"그러게 누가 신성한 교실에서 연애질이야~ 앉아라 수업하게. "
 
오늘밤엔 스미스를 저주하며 잠들게 될 지도 모르겠어요.
 
뒤를 슬쩍 돌아보니 사샤가 미안하단 표정으로 바라보네요.
 
Liam:....
죄송합니다... (사샤 한 번보고 앉음)
(화나진 않고 그냥 부끄러워서 어딘가로 숨고싶다...)
 
Sasha:'미안ㅎ...' 그래도 조금은 미안한지 눈썹을 늘어뜨리며 작게 손을 모았다.
 
무슨 정신으로 보냈는지 모르겠지만 수업은 곧 끝나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Liam:(덕분에 잠도 다 깼고... 다들 날 한 번씩 쳐다보는 거 같다... )(양손으로 얼굴묻음)
 
Sasha:" 미안해. 창피했지 "
네 새끼손가락을 잡아떼며 물었다.
 
Liam:아냐 괜찮아...
사실.. 조금... 음... 부끄러웠어. (손가락을 뗀 얼굴은 계속 빨갛다.)
그냥... 말 안 하면 안될까? (쭈글쭈글...)
 
Sasha:잔뜩 빨개진 얼굴을 보며 작게 키득거렸다. 열오른 뺨에 손등을 가져다 대고. "알겠어. 그만 얘기할게."
 
Liam:...(더는 빨개질 수 없을 정도로 빨개졌다. 서늘한 손등이 닿았는데도 더 뜨거워서 눈을 꼭 감아버린다.)
고, 고마워... (일어나자고 말해야하는데 손등이 제 뺨에 있는 순간이 믿기지 않아서, 말이 밖으로 나오질 않는다.)
 
Sasha:"일어나자." 무슨 말을 하고싶은 건지는 몰라도 점심시간이니까. 늦으면 좋은 자리가 다 찰게 분명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사샤와 나란히 식당으로 걸어가고 있으면, 여기저기서 학생들의 관심 어린 시선이 느껴집니다. 누군가는 따갑게 노려보는 것 같기도 하고요…
 
Liam:...뒷통수가 뜨거워... (중얼중얼)
 
사샤는 명당 자리를 맡아온다며 잠시 자리를 비웁니다.
 
리암도 그릇 위에 오늘의 점심 메뉴를 적당히 올려 담고, 사샤가 있는 곳으로 향하려는데…
 
어? 누군가 발을 거는 것 같아요! [행운] 또는 [민첩] 판정해 주세요.
 
Liam:
민첩
기준치: 35/17/7
굴림: 22
판정결과: 보통 성공
 
리암은 민첩하게 그 발을 피합니다.
 
Liam:....뭐...무슨짓이야...!
 
Sasha:“야! 너 방금 뭐야?”
 
마침 리암을 바라보고 있던 사샤가 다가와 그 학생을 함께 나무라 주네요. 학생은 리암을 이글이글한 눈으로 쳐다보다, 휙 돌아서 다른 곳으로 가 버립니다.
 
Liam:사샤 진정해... (자신도 화났긴 한데 사샤는 진짜 때릴 거 같아서 말림)
 
Sasha:"어딜가 저 새끼가 뒤질라고!!!" 잠깐 새에 이미 화가 나있다..
"얘한테 사과하고 가!"
 
Liam:아, 아니야. 진짜 괜찮아; 발 못본 나도 잘못이 있으니까... (진정시키려는 듯 어깨 토닥토닥)
어... 그치, 맞다. 자리는 맡았어? (가까스로 화제돌리기)
 
Sasha:" 저저 그냥 가려는 것 좀 봐 fl0,3$#%!... 어? "
무진장 빠른 뒤통수를 결국 놓치고 손가락 욕을 퍼붓던 사샤는 조금 풀린 표정으로 널 돌아봤다.
"아, 어.. 맡았어. 저기. "
 
Liam:사샤... 그러다간 네 학교생활에도 지장이 생겨...(가운데 손가락 필사적으로 가림...)
와, 이 시간에 자리잡기 힘들던데 어떻게 잡은 거야...?(진정한 거 같아서 다행이다.)
 
Sasha:" 그런게 먼 상관..근데 진짜 뭐야 저건? 흥.. "
"아, 그냥 나와달라 그랬어. ... ...착하게. "
 
Liam:뭐?
(어이없는 표정으로 사샤봄)
그건... 그건 나쁜 짓이잖아...!
 
Sasha:" 그게 왜. 착하게 말했다니까? "
"안녕 얘들아, 괜찮다면 비켜줄래? ...이렇게."
 
Liam:... 정말?
누구한테 비켜달라고 했는지 기억나?
 
Sasha:" 그런걸 어떻게 기억해. "
"어.. 미스터리어쩌구연구부 애들이었나?... 연극부였나? 잘 모르겠다. "
 
Liam:날 위해 좋은 자리를 잡아준 건 정말 고마워... 그...런데 다른 친구들도 좋은 자리에 앉으려고 일찍 왔을 거야. 그치?
 
Sasha:" 어.. 그치. "
 
Liam:좋은 태도로 부탁한 것도 아주 아주 좋은... 행동이야. 그 친구들도 네 마음을 이해했으니까 비켜준 거라 생각해.
 
Sasha:" 그럼! 나도 그렇게 생각해. "
 
Liam:그치만 나는 우리가 자리에 구애받지 않고도... 점심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생각하거든? 자리가 없으면 그냥 그늘진 곳에 앉아서 먹어도 되고. 빈 교실도 있고... 우리 클럽도 있고...
날 신경써줘서 고마워. 어... 너만 괜찮다면? (사샤가 애써 잡은 명당자리에 앉고싶지 않은 눈치다...)
 
Sasha:" ..그래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거야? 여기서 먹기 싫다고..? 좋은 자린데? 기껏 비켜준 애들한테 미안하잖아. " 사샤는 미안함 포인트가 이상했다.
 
Liam:여기서 먹으면 마음이 조금 불편할 것 같아. (양심의 가책을 사샤몫까지 받고 있다... )
네 의견이 중요한 건 맞아. 그치만 우리가 자리를 비워준다면 우리보다 더 이 자리가 필요한 친구들이 앉을 거야. 물론 우리에게 고마워할테고... 그것만으로도 기쁘지 않아? (물론 강경하게 사샤를 반대할 맘은 없기에 살살 달래는 중...)
 
Sasha:".. ... ..."
"알았어."
조금 시큰둥한 표정으로 한참을 눈만 굴리더니 순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가.. 그렇게까지 말하니까 일어나는 거야. 그럼 우리 어디서 먹어? "
 
Liam:(내 말이 통하다니...!! 무슨 고양이를 길들인 집사마냥 감동...)
어... 저 자리 어때? (나가는 문 근처라 아무도 앉지않는 자리다. 수시로 드나드는 학생들 때문에 시끄럽고, 정신도 없는.)
 
Sasha:" 여길 버리고 일어나선 저기에 앉자고? "
어이없단 투로 대답했다. 기껏 좋은자리 잡아놨더니, 버리고 뭐 저런 구린 자릴 앉아??? 란 눈빛이었다.
" 차라리 밖으로 나가거나.. 다른 먹을 만한 데 없어? "
 
Liam:다른 자리가 다 차있어서. 그럼 기다릴까? (땀땀땀땀)
그럼 나가자. 괜찮은 곳을 알아! (그릇을 든 채 발걸음을 옮긴다.)
 
Sasha:"어딘데.. " 약간 뚱해보이지만 따라간다.
 
Liam:바깥에 있는 카페테리안데, 여기에 사람이 많으니까 거긴 없을 거야. (아마도... 라는 말이 튀어나오려는 걸 가까스로 참았다. 그냥 없길 바랄뿐이다.)
 
Sasha:" 없었으면 좋겠네.. 나 배고파. " 좀전의 화가 사그러들지 않아선지 배가 고파선지는 몰라도 자꾸만 말에 짜증이 섞였다.
 
Liam:미안해. 나때문에... (서둘러 발걸음을 옮겨 야외 카페테리아로 간다.)
휴... 다행이다. (리암의 말처럼 사람은 실내로 몰린듯 카페테리아의 자리는 여유로웠다.)
(파라솔을 세워 그늘진 자리로 사샤를 안내한다.) 이 정도면... 괜찮지?
 
Sasha:네가 주는 자리에 앉아 주위를 슬 둘러보았다. 밖이라 바람도 선선하고 사람도 별로 없고. 썩 마음에 드는 눈치였다.
"..이 정도면."
고 새에 기분이 나아졌는지 구긴 미간을 풀고 곧장 샌드위치와 샐러드를 우물거렸다.
 
Liam:휴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에도 마땅찮은 자리가 없었다면 자신은 어떻게 됐을지 상상도 하기 싫었다. 자신도 받아온 부리또를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사샤, 그냥 궁금해서 묻는 건데 원래 그렇게 자리를 잡아?
그러니까... 효율적인 방법으로 말야.
 
Sasha:"매번 그러는 건 아니지만.. 그런 편인가?" 입가에 묻은 소스를 닦으며 대답했다.
"자리가 하나도 없으면 어쩔 수 없잖아."
" 나 뭐 잘못한거야?.. " 네가 무슨 느낌으로 이러는진 짐작이 가는데.. 나 한번도 걔네한테 안 비키면 학교생활 각오하라든가, 그런 적 없어.
 
Liam:그럼 더 일찍오면 되는 거 아닐까? 아, 그 점이 걱정되서 물어본 건 아니야. 절대로! (맞다)
 
Sasha:" 일찍오면 오는 건데.. 상황이 항상 그렇게되진 않잖아. 안그래? "
 
Liam:(부리또를 먹느라 고개만 끄덕인다. 어째 빠져나갈 곳 없는 답변인데... 어딘가 꽉 막힌 느낌...)
 
Sasha:" ..알겠어. 안 그러면 될 거 아냐."
널 노려다보길 잠시, 한숨을 폭 내쉬었다. 이내 툴툴거리며 중얼거려.
" 으으! 자리 좀 양보해 달란게 별거라고.. 안해 안해. 같이 먹는 사람이 싫다는데 내가 뭘 어쩌겠어. "
 
Liam:오늘만 같이 먹는 게 아냐? 컥, 컥...! (말의 뉘앙스로 보아 오늘 하루만 먹는 게 아니다? 싶어 눈이 휘둥그레졌다. 놀랐는지 콜록콜록)
 
Sasha:"헉, 야, 괜찮아?" 급하게 네 등을 토닥이며 제 에이드를 건넸다.
"왜 그렇게 놀래. 오늘 말곤 안 먹어 줄거야?"
 
Liam:(한 모금 마시곤 나아졌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몇 번의 잔기침이 있었지만 괜찮은듯)
당... 당연히 먹지! (늦게 대답하면 혹 네가 말을 바꿀까-그럴일은절대없겠지만- 황급히 덧붙인다.) 네 친구들이랑 같이 안 먹어도 괜찮아?
 
Sasha:" 좀 시끄럽겠지만 괜찮아. 점심시간에만 보는 것도 아니고. "
네가 괜찮은 것 같아보이자 함께 안심하며 등을 기대었다. 다시 샌드위치를 입에 물려다 말고 무언 생각을 하는가 싶더니 널 돌아보았다. 답지않게 뜸을 들였다.
" ...넌 나 믿어? "
 
Liam:어? (뜬금없는 질문에 멍청하게 질문으로 답한다)
 
Sasha:"..솔직히, 내가 무슨 말 해도 잘 못 믿을 거 같지."
 
Liam:처음엔 내기인 줄 알았거든. 내가 너무 섣불리 판단한 거 같아서... 괜히 미안해.
너랑 나랑은 같이 대화를 한 적이... 아니 애초에 자주 마주치질 않으니까. 음, 그래서 괜히 널 의심했어.
너만 괜찮다면 사과를 받아줄 수 있어?
 
Sasha:맹세코 사과를 듣자고 꺼낸 소리가 아니었다. 저로썬 예상 외의 답변이었지. 네가 콜록거릴 때보다 다급하게, 이미 제 앞에 늘여지는 사과를 온 몸으로 막다시피 하며 끼어들었다.
"아니, 그런 소리 듣자고 한 말이,.. 네가 미안할게 뭐가 있어? "
" 나 완전 못됐고 나만 생각하고.. 의심당해도 당연하잖아. 누구라도 그럴 걸? "
그러니까, 그러니까... 이런 기분은 참 오랜만이어서 지어보이는 표정이 어색했다. 자칫 화를 내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Liam:네가 못됐다니, 그렇게 생각하는 애들은 아무도 없을 걸? 만약 네가 못됐다고 생각하는 건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거나, 오해가 있는 애들일 거야.
너랑 같이 다닌 며칠동안 내가아는 다른 누구보다 섬세하고, 타인의 기분을 신경쓴다는 걸 알았어. 그걸 모르는 애들이야말로 불쌍할 정도야. (화를 내는 걸까? 싶어 입을 다물고 네 얼굴은 살핀다.)
... 네 생각보다 넌 다정해. 그러니까.. 자신을 낮추는 말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거든 나는.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Sasha:" 넌 무슨 애가..." 무언가 할 말이 많아보이는데 입 밖으로 꺼내는 건 없었다. 보기보다 입이 무거운 타입일지도 몰랐다.
" 너 그러다.. 후회할지도 몰라. " 언젠가 진짜 못 돼 쳐먹은 애한테 크게 데여서 상처받으면 어쩔거야. 고민을 거듭하듯 뒷말은 결국 꺼내지 않았다. 아직은 이런 기분을 내기에 이르다고 생각했다.
" 그럼 한 번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나 믿어줄 수 있어? "
 
Liam:한 번이면 돼? (영문을 알 수 없는 부탁에 고개를 기울인다.)
무슨 의민지는 잘 모르겠지만... 알겠어. 이걸로 힘이된다면 믿을게. ...위험한 일 같은 건 아니지? (사샤가 그럴 사람으로 보이진 않았지만, 뜬금없이 믿어달란 말을 하니 괜히 걱정되는 것이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으면 내가... 도울게. 물론 큰 힘이 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혼자보단 둘이 나으니까.
 
Sasha:아주 잠깐 미묘한 표정이 스치다 곧 장난스럽게 웃었다.
"위험할 수도 있을걸? 약속했으니까 이제 마약같은거 가져와서 숨겨달라 해도 숨겨줘야 해."
 
Liam:마약?! (큰 소리를 냈다가 주변을 둘러본다. 한산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곤... 눈썹을 늘어뜨렸다.) 제발 아니라고 말해주라.
그, 그래도 한 번 믿겠다고 했으니까... 네가 숨기라면 숨길게...! (사실 마약은 본 적도 없다. 아무튼 자신이 부릴 수 있는 최대의 허세를 부리는 것이다.)
 
Sasha:"그럼 믿는다? 걱정했는데 이제 안심이다~. "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 수 없는 말투였다.
 
다 먹은거 같으니까 일어나자, 라는 사샤의 말을 끝으로 둘은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여러 사건이 있었기 때문인지 오늘은 유독 학교에서의 시간이 빨리 지나간 것 같습니다. 어느새 하교할 때가 됐네요.
 
당신은 오늘 사샤와 함께 집에 가기로 했습니다. 정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샤를 발견하고 다가가려는데…
 
문득, 주머니 속에 있어야 할 휴대폰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립니다.
 
Liam:(어라? 놓고왔나?)
 
Sasha:" ? 왜그래?"
 
Liam:휴대폰을 놓고온 거 같아...
 
Sasha:“덜렁거리긴.. 내가 전화해볼게.” 연락처의 ‘4:11’이라 저장된 번호를 눌러 전화를 걸었다.
 
Liam:(힐끗봄4:11?)
 
뚜루루…
 
신호음이 몇 번이나 갔을까요?
 
긴장되는 마음으로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데, 사샤의 휴대폰 너머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Sasha:“어, 올리비아? 나 지금 그 휴대폰 주인이랑 같이 있는데. 어디야?”
 
리암의 휴대폰은 식당에 있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아까 두고 온 모양이에요.
 
Sasha:“식당에 있었나봐. 지금은 올리비아가 미술실에서 갖고 있대.”
 
Liam:와, 너랑 대화하느라 없는 것도 몰랐나봐.
그런데 4:11은 뭐야? (어색하게 웃는다.)
 
Sasha:" 4:11? 어어,.. 그냥 애칭. " 널 향해 짧게 미소지었다.
" 그보다 얼른 가지러 가자. 올리비아 그냥 가버리겠다." 미술실 방향으로 걸음을 빨리하며 말을 돌렸다.
 
Liam:내 애칭? (처음들어보는 이름이었다. 내 생일은 4월도 아니고... 딱히 4랑 관련된 건 없는데.)
(의문을 마음 속으로 덮어두며 사샤를 따라갔다.)
 
미술실 앞에서 올리비아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빨리 와~ 남친이 기다린다고.”
 
Liam:고마워. 못찾을 줄 알았는데, 덕분에 살았어. (올리비아에게 인사를 한다)
 
Sasha:"땡큐." 따라 인사했다.
 
핸드폰을 돌려받은 후, 리암은 사샤와 함께 하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오늘은 하루 종일 사샤와 붙어 다녔던 것 같습니다. 이틀 전까지만 해도 이런 상황은 상상조차 못 했는데 말이에요.
 
사샤와 함께 있으면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너무 많이 받고… 솔직히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생각해 보면 학교에 있는 시간이 이렇게까지 빠르게 흘러간 것은 처음 있는 일 같습니다.
 
알게 모르게, 자신도 사샤와의 시간을 재밌다고 느낀 걸까요?
 
사샤의 마음은 짐작도 안 되지만, 어쩌면, 자신은…
 
리암은 기분 좋게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푹신한 소파 위에서 스르르 잠에 빠져듭니다.
 
 
눈을 떠 보면, 주변은 온통 어둡고 또 고요합니다.
 
너무 고요해서 현실이 아닌 것 같다고 느껴질 정도로요. 아마 PC는 꿈을 꾸고 있는 모양입니다.
 
이런 게 자각몽인 걸까? 싶어 허공을 가로질러 날아 보기도 하면서, 이런저런 상상을 하고 있던 중, 어디선가 머릿속을 웅웅 울리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 “성가시게... 하필 또 이런 멍청이가 걸려서.”
 
Liam:...?
 
고개를 돌리지도 않았는데, 눈 앞에 무언가 하얗고 복실복실한 형체가 휙, 하고 생겨납니다.
 
앙고라 토끼를 닮은 깜찍한 생김새를 하고서, 하는 말은 제법 재수가 없네요.
 
???:“멍청아. 그런 인기인이 널 정말 진심으로 좋아할 것 같아?”
 
이게 갑자기 무슨 말이지…
 
Liam:사샤말하는 거야?...
 
뜬금없긴 했지만 저 토끼가 무슨 말을 하는지 리암은 바로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너도 알잖아. 말도 안 된다는 거. 이건 한순간의 변덕일 뿐이야.”
??: “넌, 그냥 4시 11분이고.”
 
4시 11분.
 
사샤가 자신의 전화 번호를 저장해 놓은 이름입니다.
 
Liam:하지만 사샤의 변덕이라기엔... 4시 11분?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아?
 
???:“알지. 말은 안 해줄 거지만. "
"너무 빠져들지 않는 편이 좋을 거란 것만 알아둬.”
 
토끼는 제멋대로 말을 마친 후, 다시 모습을 감춰 버립니다.
 
Liam:어떻게 하면 알려줄 수 ...가버렸네.
그치만 이미 믿기로 했는데... (고민인 듯 턱을 매만진다)
 
토끼가 사라진 자리로부터 퍼져나간 빛무리는 어느새 캄캄하던 허공을 완전히 메웠습니다.
 
사샤를 믿기로 했는데.. 영문모를 이야기만 들어버렸네요. 리암 [이성]판정해주세요. SAN [0/1D3]
 
Liam: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열...)
 
 
번쩍, 눈을 뜨자 자신의 침대 왼편 창가에는 따스한 햇살이 비치고 있네요.
 
어제 분명 소파에서 잠들었던 것 같은데. 밤새 부모님이 옮겨 주신 모양이에요.
 
부모님을 떠올리자 토끼가 한 말 때문에 복잡하던 마음이 가라앉으며, 기분이 좋아지는 것…
 
…이 아니라, 지금… 몇시죠?
 
… … 이런 젠장할! 지각이에요!!
 
Liam:으악!!!
(후다닥 일어나선 잠옷을 갈아입으며 가방을 챙긴다.)
알람을 못들었나봐!!
 
7월 24일, 금요일
 
이상한 꿈을 꾸었던 것도 그렇고. 지각부터 시작해서, 오늘 하루는 여러모로 정신없이 지나갔습니다. 갑자기 수학 시간에 쪽지 시험을 보질 않나, 스페인어 시간에 발표를 시키질 않나… 사샤와도 이상하게 마주치지 못 했습니다.
 
눈 깜짝할 새 하교할 때가 되었네요.
 
잠시 후, 묘하게 허전한 기분을 느끼며 혼자 터벅터벅 집으로 걸어가는 리암의 주머니 속에서 휴대폰이 울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휴대폰을 꺼내 확인해 보니, 발신인은… 사샤입니다.
 
역시나 영상통화고요.
 
Sasha:“리암, 어디야? 벌써 집에 갔어?”
“오늘 애들이랑 해변에 놀러갈건데. 너도 와. ”
 
Liam:해변? ?! 이렇게 갑자기!?
 
Sasha:" 응 갑자기."
 
Liam:나... 수영복 없는데...?
 
Sasha:" 대충이라도 입고 와~ 너 없으면 재미없을 것 같아. 와라, 응? "
" 나 혼자 내버려 둘거야? "
 
Liam:(친구들이랑 같이가는 건데 혼자는... 아니지 않나?라고 생각함... 멍청...)
그,.. 알겠어. 최대한 빨리 갈게!
 
Sasha:그래!
 
항상 그렇듯, 오늘도 사샤에게 말렸습니다.
 
사샤가 대충이라도 입고 오라고 했는데… 마땅한 게 있을까 모르겠네요.
 
집에 도착한 리암은 옷장 서랍부터 열어 봅니다. [행운] 판정해 주세요.
 
Liam:
기준치: 30/15/6
굴림: 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수영복이라곤 없는 줄 알았는데, 작년 여름 친구에게 선물 받은 멋진 래쉬가드가 보입니다. 이걸 입으면 자신감이 쑥쑥 오를 것만 같아요!
 
Liam:입은 적도 없어서 없는 줄 알았네... (휴가철에도 별보러가는 그였기에 몸에 붙는 래쉬가드가 어색했다.)
 
리암은 수영복을 입고, 그 위에 옷 한 벌을 겹쳐 입습니다.
 
해변에서 놀다 오겠다고 엄마에게 이야기하면, 엄마는 또다시 묘하게 흐뭇한 표정을 짓는 것 같네요. 기분 탓… 맞겠죠?
 
집을 나서자 타이밍 좋게 사샤가 자동차로 리암을 데리러 왔습니다.
 
Liam:사사사사사샤?!(놀램)
 
Sasha:" 리암~!! 빨리나와! "
 
Liam:데리러 올 줄 몰랐는데, 벌써 해변간 줄 알았어! (후다닥 가선 조수석에 탄다)
 
Sasha:" 어떻게 나 혼자 가~ "
" 타! 누나가 멋지게 데려갈게. "
 
Liam:우와... 엄청 믿음직한걸. (꿈에서 들었던 경고는 전부 잊은 채로 차에 몸을 싣는다)
 
사샤의 옆에 타고, 문을 채 닫기도 전에 차가 출발합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흥겨운 노래와 뺨을 스치는 시원한 바람.
 
옆에 앉은 사샤의 옆 얼굴이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반짝입니다.
 
Liam:...기분좋다.
 
Sasha:"그러게~. 시원하다."
" 또 빼려고 하더니, 그래도 나오니까 좋지? "
 
Liam:아하하... 응. (해변에서 볼 친구들이 누군지는 거의 예상이 갔다. 자신과 노는 범위가 손가락 하나조차 안 겹칠 아이들 아니겠는가. 그래도 사샤가 부르니 어쩔 수 없었다. 또 자신이 안 가면 사샤가 서운해하는 모습을 보일테고... 그런 모습을 보긴 싫었으니...)
있잖아. 사샤.
 
Sasha:응? (시선은 비스듬히 앞에 둔 채 대답했다.)
 
Liam:... 해변 여기서 얼마나 걸려? (4시 11분에 대해 물어보려다 결국 다른 질문을 한다. 중요한 질문은 해변을 다녀온 다음에 물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자신의 질문때문에 사샤가 언짢아할 수도 있으니.)
 
Sasha:" 얼마 안 걸려 은근 가까워서. " 말을 감추듯 우물대는 낌새가 보였으나 구태여 묻진 않았다. 정면에 보이는 푸른 빛을 가리킨다.
"벌써 보이네, 저- 쪽에."
 
Liam:아, 정말. 보기만해도 가만히 있을 수 없겠어. 다들 벌써 놓고 있겠네. 나 때문에 재밌는 시간 놓친 거 아냐?
(놓고..?놀고)
 
Sasha:" 무슨 소리야, 네 덕에 재밌는 시간이 생긴거지.. 도착했다. "
 
Liam:내 덕에? (아무리 생각해봐도 해변에 간 적도 없고, 잘 아는 게임도 없는데...)
아, 내릴게. (내려선 사샤를 기다린다)
 
Sasha:질문에 대한 대답은 없이 따라 내리곤 해변을 바라보았다.
" 예쁘다! "
 
미리 도착해 있던 사샤의 친구들을 제외하면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화창한 날씨 덕분에 푸른 바다 위 윤슬은 부서질 듯하고요.
 
들뜬 친구들은 절벽에서 다이빙을 하자며 사샤와 리암을 끌어당깁니다.
 
높지 않은 해변의 절벽은 다이빙 스팟입니다. 사샤와 그의 친구들은 이곳에서의 다이빙이 익숙한 듯 보입니다.
 
Liam:오길 잘했어. (중얼거리며 사샤를 따라간다.) 아.... 다이빙...?
 
Sasha:“꺅! 대박 완전 신나!!”
“리암, 보여? 얼른 뛰자! "
 
Liam:지금? 지금?! 당장!?
 
Sasha:" 그럼 언제 뛰어? 저기 봐 완전 신나겠지!"
 
Liam:사샤, 진정해. 우리 지금 구명조끼같은 보호장비도 안 입었을 뿐더러 주변에 안전요원도 없는데...
 
Sasha:" 아냐 걱정마. 나 한 두번 뛰어본 거 아닌데?"
"봐, 지금 다른 애들도 다 뛰고 있잖아."
 
Liam:하지만 가속도붙은 몸은 위험해. 혹시 물이 얕은 곳에 다이빙하거나 암초에 들이받는다면.. . 생각만해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 그래도 그러다 다치면 어떡하려고 그래...
 
Sasha:" 글쎄 괜찮다니까~ " 사샤는 뛸 생각에 그저 신나보였다.
 
Liam:내가 튜브랑 구명조끼 빌려올게...!!
 
Sasha:" 다이빙하는데 튜브 쓰면 더 다칠 수도 있어! " (근거x)
“그렇게 걱정되면.. 여기 끝에 서기만 해봐. 생각보다 안 높거든 아래 한 번 보고 결정해.”
 
Liam:으...응. 알겠어. 안 밀 거지? (끝으로 슬금슬금 걸어가 선다. 밑을 보면 떨어질까 위만 쳐다보는 시선)
 
Sasha:"그럼 당연하지! 날 뭘로 보구. "
 
절벽 끄트머리에 선 리암ㅜ... [행운] 판정해주세요.
 
Liam:
기준치: 30/15/6
굴림: 61
판정결과: 실패
(사샤믿음..)
 
절벽 끄트머리에 서서 아래를 보던 리암은 순간, 휘청합니다.
 
리암의 시야에는 순식간에 푸르른 하늘이 가득 찹니다.
 
본능적으로 눈을 감아 버리기 직전, 누군가 자신을 따라 바다로 뛰어드는 것을 발견한 것도 같은데…
 
기억을 되짚어 볼 틈도 없이 풍덩! 하는 소리와 함께 차가운 물이 온몸을 휘감는 것이 느껴집니다.
 
얕은 절벽이라 그런지 다행히 아프거나 하진 않습니다. 숨을 꾹 참은 채 슬그머니 눈을 떠 보면…
 
Liam:으아아아악!! (소리를 엄청나게 질렀지만... 아프진 않았다. 오히려 소리를 지른 자신이 민망할 정도)
(눈 깜빡)
 
리암의 눈 앞에는 자신을 향해 곧장 헤엄쳐 다가오는 누군가가 있습니다.
 
덩치가 좋고 근육이 울끈불끈한… 사샤의 수영 선수 친구 잭이네요.
 
…생각해 보니 별로 깊이 빠진 것도 아닌데. 혼자 힘으로도 충분히 헤엄쳐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Sasha:" 리암!! 괜찮아? "
 
Liam:어? 응, 괜찮아! 보호장비 없이 뛰어들어도 돼. 안전해! (위로 엄지손가락을 세워보인다)
(어색하게 헤엄을 쳐 나간다...)
 
Sasha:" 그 미안, 내가 괜히 보라고 해서. " 다른 때 같았으면 좋은 경험했다 생각하라며 큰소리쳤을 사샤가 사과부터 한다. 리암 옆에서 며칠 있다보니 배운 바가 있는 걸지도 몰랐다.
"괜찮아..? 물 많이 먹었어?"
 
Liam:나 진짜 괜찮아. 걱정해줘서 고마워. (흘러내린 머리를 넘긴다.) 누가 민 것도 아니고 나 혼자 떨어진 건데 뭐...
내가 저 절벽에서 다이빙했다는 건 부모님도, 친구들도 아무도 안 믿을 거야. 내가 좀... 그렇잖아?
(분위기 환기용으로 농을 던진다.)
 
Sasha:" 왜? 너 완전 멋졌어. 무서워하는 척이나 하더니 한 번에 풍덩! 하고. " 어깨를 가볍게 찌르며 장난스런 농으로 받아쳤다.
"내가 같이 증명해줄게, 이 높은데서 멋지게 뛰어내려줬다고. "
 
Liam:내, 내가? 그렇게 멋졌어...? (자신도 믿을 수 없는 말에 민망한듯 뺨이나 긁는다. 꽤나 한심해보이는 모습.)
하하... 내 말은 안 믿어도 네 말은 믿을 거야. 다행이다. 한 번 뛰어내리니까 자신감이 생기네. 또 뛸 수 있을 거 같아. ... (혹시 사샤가 뛰라 할까 눈치를 살짝보곤) 당장 뛰는 건 아니고.
 
Sasha:" 어, 그렇게 멋졌어. " 네 말을 따라 대답해주었다.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하면서도 눈치를 보는 네 모습에 유쾌한 듯 입술을 비죽거렸다.
" 또 뛰라고 안 할 테니까 걱정마. 그래도 아주 나쁘진 않았던 모양이라 다행이네. "
 
Liam:아마 래쉬가드 덕분에 멋져보이나봐. (패션에 관해서 일자무식인 자신이 보기에도 래쉬가드는 근사했으니 말이다...)
... 야외운동은 체질에 안 맞더라구. (그렇다고 해서 실내운동이 체질에 맞는 것도 아니지만. 필요없는 말이기에 덧붙이진 않았다.) 여기 자주오는 거야?
 
Sasha:" 아 맞아, 지금 입고 있는거 예쁘다고 생각했어. 체크 셔츠만 있는 줄 알았는데 그런 옷이 다 있네?" 감탄하며 말했다.
" 음.. 자주 까진 아니지만 종종? 놀기에 좋으니까. "
 
Liam:친구가 선물해준 건데 처음 입어봐. (예쁘다는 말에 어깨를 으쓱인다. 예쁜 건 자신이 아니라...)
그러게. 기분전환도 되고 꼭 여행온 느낌이야. 바다가 바로 보여서 그런가?
 
Sasha:" 그런가.. 어떤 이유든 간에, 졸라서 억지로 끌고오다시피 했는데, 괜찮다니까 다행이다. "
"나도 오늘은 누구덕에 특히 기분 좋아졌어. 고맙겠지? "
 
Liam:조르다니. 아니야. 내가 오고 싶어서 온 거야! (허둥지둥 사샤를 달래려 씨알도 안 먹힐 거짓말을 한다)
어... (자신을 가르키는 건가? 물어보면 더 바보같을 거라 직감하고 잠깐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럴 때는 어떻게 대답해야 하더라...)
데려와줘서 고마워. 다음엔 내가 운전할게.
 
Sasha:"그렇담 다행이고-." 거짓말이든 뭐든 상관없었다. 그저 기분 좋은 티나 내며 흥얼거리듯 대답했다.
"그럼 다음엔 둘이 오자. 쟤네 없이."
 
Liam:... 단 둘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널 쳐다본다.)
그러니까 네 말은... 프롬 이후에도?
 
Sasha:여지껏 그래왔듯 물론이라며 대답하려 했는데, 이어들려온 말이 어쩌면 예리하다 못해 야속해보이기까지 하다. 눌러 다문 입술이 머지 않아 열렸다. 다홍빛이 도는 눈동자가 무한한 자신감을 안고서는 빤히도 쳐다보았다.
" 단 둘이, 프롬 이후에도. "
"..물론 네가 싫지 않다면, 이겠지만? "
 
Liam:전혀! 싫지 않아! 오히려 좋은 걸. (평소의 자신만큼은 아니지만 주눅들어보이는 대답이었다. 기분탓일까? 그냥 기분탓이라면 좋겠지만. 기운을 복돋아주기위해 큰소리를 내본다.)
여긴 날이 좋아서 별도 잘 보일 거 같아. 별자리도 보면 좋겠다. (조심스레 제 욕망을 밝힌다.)
 
Sasha:네 말은 제게 응원처럼도 들려왔다. 무어라 대답은 하지 않은 채로 천천히 해가 져 가는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 조금 이따 캄캄해지면 잘 보이는지 확인해보자. 별자리는.. 난 잘 모르니까 네가 알려줘. "
 
Liam:별자리를 알면 휴대폰이나 지도가 없어도 길을 알 수 있어. 정말 흥미로울 거야. 여름의 대삼각형만 찾으면 사샤 너도 별자리를 찾을 수 있어. 그거 알아? 별보는 사람들은 다 여름을 좋아해. 왜냐하면 여름밤하늘은 뚜렷해서 별들이 많이 보이거든... (별자리를 알려달란 얘기에 벌써 별이 뜬 것마냥 말을 늘어놓는다.)
물론... 네가 별자리에 흥미가 있다면 말이야. (언뜻들으면 묻는 뉘앙스나 총기서린 눈빛이 원하는 답변은 '흥미있어'일 것이다.)
 
Sasha:"으음.. " 무슨 말인지 전부 알아듣진 못 했지만 어찌저찌 이해를 해보았다.
"그러니까.. 여름엔 별이 잘보여서 좋다는 말이지? 나도 여름 좋아해. 더운 건 짜증나지만 바다도 수영장도 슬러쉬도 좋으니까. "
조심스럽게 말하지만 그 표정에 원하는 답이 빤한 것이 우습고 또.. 조금은 귀여웠다. 흥미 어쩌구에 대해 곧대로 대답하는 건 바보같다고 생각했는지 고개만 끄덕였지만 분명 제 나름의 긍정이었겠지.
" 오늘 밤이 지나면.. 더 좋아질 지도 모르겠다."
 
둘이서 조금 더 놀다 보니 어느덧 해가 져가고 있습니다.
 
아무리 여름이라도 해가 떨어진 이후에까지 물 속에서 놀긴 힘들 것 같습니다. 친구들은 하나 둘 씩 모래사장 위에 옹기종기 모여 앉고 있습니다.
 
여기저기서 주워온 나뭇가지와 잎을 가운데에 쌓아 놓고 불을 붙이자, 모닥불은 금세 따스하게 피어오릅니다.
 
Sasha:"조금 쌀쌀했는데. 좋다.”
그치? 라는 듯 널 바라보고 옅게 미소지었다.
 
Liam:추웠어? 미안... 노느라 몰랐어. (쌀쌀했다는 말에 눈치를 보더니 입고왔던 남방을 벗어 어깨에 둘러준다. 이런 건 처음인지 옷을 어깨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안절부절...)
 
Sasha:이런 매너도 부릴 줄 알았어? (제 어깨에 걸쳐진 옷자락을 만지작거렸다.) 이러라고 한 말은 아닌데.. 그래도 고맙게 받을게. 덕분에 따뜻하다.
 
Liam:물에서 나오면 추운 걸 알았는데 분명... 노느라 눈치를 못 챘어. (어색한지 물방울이 떨어지는 머리만 손가락으로 마구 헤집는다.)
감기걸리진 않겠지? 조금 더 가까이 붙자. (모닥불 쪽으로 몸을 기울인다.)
 
Sasha:(감기에 걸릴 정돈 아닐 것 같지만.. 입다물고 리암의 곁으로 몸을 옮겼다.) 너무 걱정하진 마,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은 아니라서. 넌 나 옷 줘도 괜찮아? ..머리도 다 젖었는데.. (말끝을 흐리며 널 유심히 들여다보길 잠시, 자연스럽게 올라간 손끝이 네 머리 끝을 매만진다. 물기를 머금어 뭉친 머리칼이 살구빛 손톱 아래에서 잘게 흩어졌다.)
 
Liam:그래도... 제대로 안 말리면 감기에 걸리잖아. 난 괜찮아. 감기에도 잘 안 걸리는 편이고... (원체 걱정이 많은 성격은 뭐 하나 가볍게 넘어가는 일이 없었다. 사샤가 괜찮다해도 신경쓰이는지 힐끔힐끔 쳐다보다 할 말을 잃는다. 만지면 움츠러드는 미모사처럼 머리카락을 만지니 굳어버린다. 모닥불이 뜨거워서 금방 달아오른 얼굴은 눈을 깜빡깜빡. 모닥불을 쳐다보다가 너를 쳐다보다가. 결국 고개를 쏙 빼버린다.) 그.. 그, 내가 별자리 알려준다고 했잖아...!
 
Sasha:사락거리며 머리카락을 만지고 있으니 어깨며 눈꺼풀이며 작게 움찔거리는게 여간 티나는게 아니라, 그만 놀려야지 생각하면서도 손이 떨어지지 않았다. 결국 못참겠다는 양 고개를 빼어 버리는 것이 짧은 순간 알아버린 너 답다 해야할지. 가만히 손을 내리는 사샤는 '그렇지' 하고 말며 픽 웃었다. 턱끝을 치켜드니 뜨겁던 태양은 어디가고 별만 한가득이다. 여름을 좋아하니 어쩌니 하던게 아무렇게나 뱉은 소린 아니었구나 싶었다.
 
Liam:먼저 별을 보려면 북극성을 찾으면 되거든. (휴대폰을 켜선 보여주려는지 양 손으로 주머니를 뒤진다. 평소같이 그냥 꺼내면 될 것을, 긴장했는지 한 번 모래사장에 떨어트리곤 으악! 하는 외마디 비명. 모래를 금방 털어내곤 다시 휴대폰을 만지는 일에 집중한다.) 이게 내가 보는 별자리 어플인데 누르면 별자리들이 나와. 여기 북극성보여? 그리고 북극성에서 오른쪽을 보면... 너도 알다시피 카시오페이아 자리가 나와. 북두칠성이랑 함께 북극성을 도는 자린데... (네게 말하는 것 만으로도 신이났는지 갑자기 말이 많아졌다.) 아, 지금. 조금 더 머리를 들 수 있어?
 
Sasha:평소라면 또 또 지루한 이야기만 한다며 귓등으로도 안 들을 말이었다. 봐, 혼자 신났잖아. 북극성이 어쩌나 카시오페이아가 뭘 도니, 북극성이 뭔지 아는지부터 물어야하는거 아냐? 공부에 여간 취미없는게 아니었던 사샤는 딱딱한 교실 철제 의자에서 헨리의 과학수업을 들을 때와 같이, 쓰잘데기 없는 생각이나 씹기 시작했다. 리암의 취미생활을 존중하고는 싶었으나 '제딴엔' 어려운 단어들을 머리에 집어넣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문제였기에. 자리를 뜨지 않고 어깨의 셔츠 주인이 늘여놓는 지식을 가만 들어주고 있는 것은 사샤만의 도리고 예의였다.
내가 이런 지루한 얘기를 첨부터 끝까지 듣게하고, 리암 넌 네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를거야. 마침 (리암의 말이야 반은 듣고 반을 흘리며) 오만한 푸념을 씹던 중이었다. 네 말을 따라 고개를 한층 올려보았다.
" ..더 위? "
 
Liam:응. 하늘쪽으로. (사샤의 속마음이 들리지 않는게 다행이었다. 자신의 관심사가 지루하다거나, 재미없단 소리를 들으면 말도 다 못하고 울적하게 입을 닫았을테니. 그리곤 제대로 말도 못 붙였을 것이다. 일상 대화에는 어려움을 느끼면서 제 관심사엔 숨쉬는 시간조차 아까워 말이 많아지는게 분명한 괴짜다.) 북극성 위로 밝게 빛나는 별 하나가 보여? 그건 베가야. 물론... 너도 수업을 같이 들으니 알겠지만. 내가 너무 다 아는 얘기를 했나? (머쓱하게 웃는다.) 저 별이 여름철 대 삼각형의 한 꼭지거든.
말이 나온 김에 우리 삼각형을 만들어 볼래? 베가를 손가락으로 가리켜 봐. 내가 삼각형을 만들어줄게!
 
Sasha:"알지 당연히. 헨리가 열심히 떠들어대던 거잖아."
약간의 아는 체와 함께 시선을 조금, 아주 조금 더 하늘 쪽으로 옮겨보았다. '너무 다 아는 소리'라니,.. 얜 내가 수업을 열심히 들을 위인으로 보이나. 아직도 절 너무 모른다며 입술을 비죽댔다. 곱게 뻗은 검지 손가락 끝이 아슬아슬하게 네가 '베가'라고 말하는 별 위를 가렸다. 제가 짚은게 맞는지 널 힐끔 쳐다보았다.
"이렇게?"
 
Liam:맞아. 다른 애들은 지루하다고 안 듣던데, 말도 안 되는 일이지. 이렇게 재미있는 수업을 놓치는 건 손핸데 말이야. (의견에 공감한 듯 고개를 끄덕인다. 공감이라기보단 본인의 주관적인 판단이겠지만. 쭉 뻗은 검지 손가락을 별처럼 바라보다 자신의 손으로 네 손을 감싼다. 그리고 근처의 별들을 가르쳐주려는 듯 오른쪽, 왼쪽으로 천천히 움직인다.) 왼쪽이 데네브, 오른쪽이 알타이르. 이렇게 이으면 여름철 대 삼각형이 돼.
그리고 베가와 알타이르 사이에 백조자리가... (지루해서 못 들을 말을 계속해서 내뱉으며 네 손을 옮긴다.) 아쉽다. 소형망원경이라도 가져올 걸. 백조자리 근처에 은하수가 흐르는 걸 보여줄 수 있었을텐데... (네 손을 잡은 채, 손을 내린다.) 계속 들고 있었네. 미안해. 손 저리지?
 
Sasha:새까만 하늘 사이 반짝이는 걸 겨우 짚어본 손에 힘이 빠졌다. 제 위로 겹쳐진 네 손이 움직이는 대로 따르며 눈동자를 굴렸다. 코앞까지 비추는 별빛이 밝기는 한 모양이지. 마지막 별인 알타 어쩌구.. 여튼 네글자의 별 위를 그렸던 아주 찰나의 순간에는, 그 눈동자가 별과 함께 반짝였던 것도 같았다. 천문학 수업은 지루해도 너와 함께 보는 밤하늘은 예뻤다. 감싸쥔 손이 다 내려오고 두어 초 정도 더 별을 보다 고개가 아려와 그만두었다. 이처럼 오래 별을 본 것도 오랜만이었다. 주변 사람이라곤 없는 것처럼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네 목소리와 잔잔히 들리는 파도소리만 귓불을 울렸다. 한참을 잡고 있는 손이나 숨소리가 느려지는 감각 따위가 싫지 않은 것이 영 낯설어 말을 돌렸다.
"..아니, 아냐 괜찮아, 이런 얘기도 나름 재밌네. 별 잘 봤어."
 
Liam:(손을 잡고 있단 사실도 까맣게 잊은채, 네 대답에 밝게 미소지었다.) 네가 좋아해서 기뻐.
... 그럼 가을에도 같이 볼래?
 
Sasha:..그때가서 같이 안 보기 없기다. (빤히 바라보다 뒤로 털썩 누워버린다. 팔꿈치에 까슬한 모래가 닿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단 표정이다.)
 
Liam:정말? 그 땐, 내가 의자도 챙길게. 망원경이랑 담요랑 추우니까 핫초코도... (말하던 도중 네가 털썩 누워버리자 어떡하냔 표정을 짓는다.) 사샤, 사샤... 졸려? 그래도 모래가 옷 속으로 들어가면 불편할텐데... 내가 숙소로 데려다 줄게. 일어나자 응...?
 
Sasha:"자는거 아니거든?" 널 올려다보고 입꼬릴 씩 올리더니 네 어깨를 뒤로 채서 넘어뜨렸다. 손등으로 네 가슴팍 위를 가볍게 툭툭 치며 이어 웅얼거린다. "숙소같은거 없어.. 오늘은 집으로 갈거야. 그러니까 딱 10분만 이러고 있자. "
별이 예쁘잖아.. 가만히 눈까지 감아버리고선 중얼거리는 소릴 점차 흐렸다.
 
Liam:으악! (보잘것없는 비명을 내지르며 자신도 뒤로 넘어갔다. 모래의 버석함을 온 몸으로 느끼는 건 아무래도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금방 일어나려고 하던 차, 들리는 목소리에 몸에서 힘을 뺀다. 아까보다 별이 훨씬 잘보이기도 했고.)
그럼 10분만... (작아지는 목소리가 꿈결같았다. 자는 걸까. 파도 소리만이 잔잔하게 퍼지는 이 곳에 너와 있다는게 믿기지 않았다. 아마, 입 밖으로 내면 비웃을지도 몰라. 별보다 더 가까운 거리에 있는 널 몰래 쳐다보기만 한다.)
 
별이 빼곡히 떠오른 별이 영영 꺼지지 않을 듯이 반짝입니다.
 
사샤와 나란히 누워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리암은 문득 그러한 생각을 합니다.
 
어쩌면 이 순간을 오랫동안 잊지 못하겠구나, 하는.
 
친구들과 헤어진 후 사샤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에도 여전히 별은 그 자리에서, 그대로 반짝이고 있습니다.
 
조금은 차갑게 머리칼을 파고드는 바람을 맞고 있다 보니 시간은 빠르게 흘러, 멀리로 익숙한 집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자동차는 곧 부드럽게 브레이크를 밟아 집 앞에 멈춰섭니다.
 
자동차가 완전히 멈춘 이후로도 2초 정도의 간격을 둔 후에야, 리암은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려옵니다. 사샤는 따라 차에서 내리더니 문 앞까지 나와 리암을 배웅해 주네요.
 
Sasha:“오늘, 나와 줘서 고마워.”
 
Liam:나야말로, 덕분에 재밌었어... 다음에 또 오겠다고 약속도 해주고...
 
Sasha:“너랑 같이 있으면 항상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어.”
“그동안은 잘 몰랐는데.. 이렇게 끌고다녀서라도 붙어있어보니까 좋더라.. 아, 이런말 새삼 어색하다.”
멋쩍은 양 옆으로 흘긴 시선이 턱께를 작게 긁적이지만, 곧 다서 널 바로보았다.
“ 내일 프롬 같이 가는거, 맞지? 우리 둘이 파트너로. ” 다문 아랫입술을 씹는게 얼핏 보였던 것도 같다. 드물게 진지한 표정을 짓는 걸 보자니 누구라도 이상한 기분이 들 것 같지.
 
Liam:미안해. (계속 하려던 말을, 드디어 해야하는 순간이다. 떨리는 손을 뒤로 잡아 네가 못보게 가리고 최대한 톤을 일정하게 유지하며 대답한다.) 내가 더 빨리 말했어야 했는데. ...나라도 괜찮다면. 응. 좋아. 같이 가자.
 
Sasha: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환하게 웃었다. 지금껏 보아왔던 미소 중에 가장 밝았던 것 같다면 착각일까? 저로썬 드문 일이었지만, 왜인지 떨리긴 매한가지였던 모양이었다.
" 응, 같이 가. "
이제 들어가서 쉬라며 널 밀어넣고는 도망치다시피 차에 탔다. 엑셀을 밟으려다 말고 뒤늦게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다급하게 네게 손짓한다.
" 마지막으로 할 말 있는데, 잠깐만 와 볼래? "
 
Liam:(대답보다 몸이 빨랐다. 자연스럽게 운전석곁으로 다가가 목소리를 들으려는 듯 고개를 기울인다.)
응, 말해.
 
Sasha:의심이라곤 없이 고개를 가져다 대는 너에 입꼬릴 잔뜩 끌어올리다 시선을 깔고 뺨에 짧게 키스했다.
"그럼.. 내일 봐 파트너! "
쪽, 하고 울린 물기어린 소리가 뺨 위를 떠닐 때 즈음 멋지게 하고 오라는 말을 덧붙이며 홀랑 떠나버렸다.
(말할 수 없었다. 이 정도 스킨쉽에 굳어버리다니. 누군가 이름없는 별들을 잔뜩 보여주고, 제 손에 우리 은하를 자그만 공으로 만들어 준대도 이보다 멍청할 순 없을 것이다.)
자... 잘 가... 아니, 고마... 워. (자동차의 뒷모습마저 사라지고 그제서야 대답을 했다. 양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지금 들어가면 가족들이 아프냐고 병원에 데려갈게 뻔했다. 정신이 들 때까지 집주변을 돌았다. 한 시간 정도 정신없이 뛰고 그제서야 집에 들어갔다.)
 
7월 25일, 토요일
 
오늘은 프롬 파티가 있는 날입니다.
 
파트너가, 그것도 교내에서 가장 멋진 파트너가 있는 프롬이라니. 솔직히… 아직도 현실감은 없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주말이고, 사샤와 만나기로 한 시간까지는 아직 한참 남았지만 리암은 일찍 일어나 부모님과 함께 분주하게 프롬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생전 입어 본 적 없던 정장을 갖춰 입고, 서툰 솜씨로 머리도 만지고… 정신없이 움직이다 보니 창밖에는 노을이 지기 시작합니다.
 
사샤와의 약속 시간이 불쑥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늘같은 날만큼은 먼저 사샤를 찾아가 코사지라도 건네주는게 어떨까요?
 
Liam:진짜 어색하다... (괜히 바로 맨 타이만 한 번 더 만지고, 넘긴 머리가 어색한 듯 몇 가닥 내린다.) 더... 더 이상한가? (근처만 빙빙 돌다가 사샤를 찾아간다. 손에는 사샤의 눈을 닮은 다홍색의 코사지를 든 채.)
 
Sasha:" 리암! " 문을 열고 나오자 대문 앞에 코사지를 든 네가 보였다. 걸음을 빨리해 뛰어가 안기듯 붙잡았다.
"오늘 멋진데? 그럼 얼른 가자! "
 
사샤와 함께 프롬 파티장을 향합니다.
 
사샤는 언제나, 항상 눈부셨지만 이렇게 차려 입은 사샤는… 정말이지,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사샤와 나란히 서서 손을 맞잡고 강당으로 걸어가는 길은, 항상 걷는 학교 복도임에도 어쩐지 평소와는 전혀 다른 느낌입니다.
 
오늘만큼은 집요하게 따라붙는 사람들의 시선도 불편하지만은 않은 것 같네요.
 
Liam:사샤 너.. . (후하후하. 심호흡을 한다. 지금이라도 사샤의 친구들이 나와서 그래 네가 이겼어! 하고 50달러를 건네도 믿을 수 있다. 오늘의 사샤는 학교, 아니 미국 안에서 가장 아름다웠기에. 괜히 반대쪽 손으로 뺨을 꼬집어 본다.) ... 믿기지 않아.
 
Sasha:"음? 뭐가?" 가슴께에 달린 코사지가 마음에 드는지, 파티장으로 가는 내내 계속 만지작거리다 손을 떼길 반복했다.
 
Liam:이렇게 너랑 같이 있다는 게... 프롬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지만. 코사지는 맘에 들어? (자꾸 만지는 모습을 보자 괜히 입꼬리가 올라갔다. 오늘을 위해 한 연습들이 너무나 많았다. 휘청휘청 힘없이 걷는 습관부터 고쳤고, 별보다 춤이 더 먼저일 정도로 연습했다. 그치만, 사샤의 모습은... 어느 누가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을 연기해도 실패할 것이다.)
 
Sasha:" 그건.. 너보다 내가 더 그럴걸? "
"진짜 안 온다고 하면 슬플 뻔했는데.. 다행이지. 모처럼 파티도 왔으니까 실컷 놀자."
 
파티가 진행되는 강당 안으로 들어서면, 형형색색의 조명과 풍선, 반짝이들로 화려하게 장식된 내부가 눈에 들어옵니다.
 
학생들은 모두 예쁜 옷을 차려입은 채 환하게 미소짓고 있습니다.
 
어딘가 한켠이 따뜻해지는 기분에 무심코 고개를 돌려 보면, 그 중에서도 누구보다 반짝이는 사샤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역시나 화사한 미소를 띄운 채로요.
 
Sasha:" 자, 프롬 펀치! " 네게 잔을 건넸다.
아, 고마워. (긴장했는지 목만 축인다는게 금방 다 마셔버렸다. 정신이 말짱해지긴 커녕 음악소리는 더 크게 들리고 조명은 눈을 부술 것같이 반짝인다. 빈 잔을 내려놓고 새 잔에 따라 사샤에게 건넨다.) 어, 프롬은... 항상 이래? 정신없고... 그리고... (잔을 건네며 널 쳐다본다. 북극성보다 빛나는 너를.) 다들 너만 쳐다보는 것 같아.
 
Sasha:"아무래도 조금.. 그렇지? 파티고, 다들 신났으니까 좀 정신없는 건 어쩔 수 없지."
리암으로부터 잔을 받아들며 대답했다. 딸기향인지 복숭아향인지 몰라도, 대충 달큰한 향이 올라오는 펀치를 홀짝이며 주위를 둘러보니 따라 흥이 오르는 기분이다. " 나만 쳐다보는게 뭐? 난 한 번도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해본 적 없어.
" 예쁘잖아, 라며 뻔뻔하게 미소지었다.
 
Liam:하하... (그 미소처럼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었다. 사실, 사샤를 처음 본 순간부터 예쁘다고 생각했으니.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한마디도 안 하던 사이라는게 믿기지 않았다.) 네가... 제일 예뻐. (작게 중얼거렸다.)
 
Sasha:시끌벅적한 소음 사이로 네 목소리에만 집중하고 있었으니 작은 중얼거림을 놓치지 않음이 당연했다. 지금의 네 표정은 제가 익숙하게 접해오던 거였으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빤했다. 귀엽긴.
" 너도. 네가 제일 멋져, 오늘 여기 있는 애들이랑 내가 전에 데려왔던 파트너들까지 통틀어서 제일. "
 
Liam:그 말은... 정말 어색한데. (어찌나 어색하던지. 멋지다는 말을 입에 올리지도 못할 정도였다. 전에 데려왔던 파트너얘기에 기분이 살짝 가라앉았다. 나도 그냥 그 파트너 중 하나일 뿐인데.) 나한테 반하면... 곤란해. (최악의 농담이었다. 1초만 뒤로 돌려주는 타임머신은 없을까?)
 
Sasha:" 그래? 이미 곤란해져서 어떡해. "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 수 없는 투였다. 흔들림 없는 눈동자가 어쩐지 평소보다 진지해보이기는 했지만.
 
Liam:어? (생각도 못한 답이다. 뇌가 사샤의 답을 이해하고 분석할 동안 테이블에 올려놓은 손의 힘이 자연스레 빠졌다. 몸이 바람빠진 풍선처럼 무너지며 허우적. 그러다 펀치가 담긴 그릇을 쳐 엎을 뻔했다.) 그, 그게 무슨 뜻이야?!
내가 오해하는 거라면... 아, 아니. 그럴리가 없겠지. 그... 진짜 재밌는 농담이었어. (황급히 말을 끊는다. 진짜 곤란할리가 없잖아... 상대는 사샤라고...)
 
Sasha:혼자 물어보고 혼자 대답하고.. 좀 끝까지 물어봐줘도 좋을텐데. 네가 말을 끊어도 그저 느리게 눈을 깜박이며 한 생각이었다.
" 다른 사람 같았음 말 끊었다고 엄청 화냈을거야. 어, 여기 디저트 좀 신경쓴 모양이네. "
경고 비슷한 걸 퍽 단조로운 투로 이야기하곤 아무렇지않게 말을 돌렸다. 길다란 테이블에 쌓인 쿠키를 들어 한 입 베어물고는 오독오독 우물대며 네 입가에도 갖다대었다. 먹어 볼거냐 묻는 것 같지.
 
Liam:미안해...일부러 끊을 생각은 아니었어. (방금 전까지 최고조였던 기분이 사샤의 말 한마디에 바로 땅아래로 추락했다.)
(손을 올려 쿠키를 받아가려다 그보다 빨리 입가를 툭툭 건드리는 쿠키에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입 안 가득 퍼지는 버터의 풍미가 가라앉았던 기분을 나아지게 했다. 그리고 그 쿠키를 자신이 먹은 게 아니라... 사샤가 먹여줬다는 사실도.) 내, 내가 집어먹을 수 있는데... 신경쓰이게 했네. (미안해. 말 끝에 습관적인 사과를 붙인다.)
아, 그 그러니까... (어색한 분위기를 깰만한 무언가가 절실했다.) 춤출래 사샤?!
 
Sasha:얘도 참 어지간하다. 뭐 사과할 일이라고. 불편하게 말해서 제가 더 미안하다고 말해줄까 하다, 답답한 마음에 심술이라도 부리고 싶었는지 네 입가의 쿠키가루나 털어주고 말더라.
" 그래, 내 말을 중간에 막을 수 있는 건 기습키스 뿐이거든? 참고하고 다음부터 조심해. "
장난스럽게, 톡 쏘아붙이는 어투로 말했다. 네 말에 시선을 올렸다. 마침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도 제 취향과 똑 맞았다. 느슨히 고개를 기울이며 네게로 손을 뻗었다.
" 오늘 춤은 더 기대해봐도 돼? "
 
Liam:(그 말은 즉 자신은 사샤의 말을 막을 수 없다는 뜻 되시겠다. 또 사과하려는데 어쩐지 사샤의 눈이 더 매서워보였다. 뻗은 손을 조심스럽게 잡아 자신의 쪽으로 끌었다.)
오늘만큼은 멋지게 보이고 싶어서. 연습 많이했거든. (네 허리를 부드럽게 감싸쥐었다.) 요 며칠간은 실수 안 했으니까... (걱정 마라고 말하려는 순간 잔뜩 가까워진 거리에 심장이 뛰었다. 실수하면 어떡하지?)
 
Sasha:" 그럼 안심하고 맡겨볼게. "
네 손을 편안하게 잡으며 몸을 붙였다. 많이 연습했단게 말뿐은 아닌가 보다. 허리에 잠깐 스쳤다고 화들짝 놀라던 과거와는 이미 다르단 거지.
" 연습은 누구랑 했어? "
 
Liam:(음악에 맞춰 발걸음을 옮겼다. 네 손을 잡은 손을 바깥 쪽으로 뻗고, 허리를 감싼 손에는 힘이 들어가지않게. 목에서 희미한 향수냄새가 났다. 한 번도 뿌려본 적도, 맡아본 적도 없는... 특별한 향이었다.)
친구들이랑... (말 끝을 흐렸다. 엄마아빠라곤 죽어도 말할 수 없지. 애초에 제 친구들은 프롬이고 뭐고 별관찰을 하러갔기에, 도와줄 사람은 도처에 없었다.)
 
Sasha:" 착한 친구들이네. 걔네도 춤이라곤 모를 것 같은 이미지였는데, 할 줄 아는 친구도 있었구나. "
숨쉬듯 무례한 언사를 뱉으면서도 멜로디에 차분히 발을 맞췄다. 몸을 붙이고 서니 그 차이가 생경한 체구나 코앞에 닿은 시선 따위에 어쩐지 긴장이 되는 것 같았다. 학교 제일 핫가이한테도 이렇게 긴장이 되진 않았던 것 같은데 우습지. 위를 똑바로 쳐다보고, 대답 잘 하란 표정을 지었다.
" 친구란 애들은.. 여자? "
 
Liam:어, 어 우리라고 매일 별만 보진 않...으니까. (네 앞에선 이런 작은 거짓말조차 목소리가 떨렸다. 울려퍼지는 음악이 꽤 빠른 템포가 아니라 다행이었다. 튀지 않게 다른 아이들과 속도를 맞춰 천천히. 배운대로만 스텝을 밟으니 여유로웠다. 여유로운 모습에 자연스레 미소가 걸렸다.)
응, 여자도 있고 남자도... (부모님을 여자로만 정의할 수 없으니, 네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고 바른대로 대답한다.)
 
Sasha:흐응. 별만 보는 거 맞으면서. 잔뜩 꼬여서는 속으로 말꼬리를 잡고 늘어진다. 그래도 꽤나 능숙한 스텝에 은근한 미소까지 보니 발 밟힐 걱정은 덜었다. " 아.. 그러셔.. " 자존심탓에라도 자신은 전혀 화가 나지 않는다 되내이지만 떨떠름한 표정을 숨길 수 없다. 표정 같은 것도 숨겨본 사람이나 숨기는 거지.
" 춤 연습 도와줄 여자친구도 있고. 좋겠다.. 걔랑 왔어도 좋았을텐데 내가 억지로 데려온 건 아니지? "
 
Liam:응? 아니야... (영문을 알 수 없는 목소리엔 가시가 난 것같았다. 다른 사람들의 춤동작을 보던 눈이 너를 향했다. 자신을 보는 눈이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설마, 자신이 생각하는 그런 감정은 아니겠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 사샤인데.)
억지로 데려오다니. 난 네가 아니었음 안 왔을 거야. 파트너도 너 뿐인 걸. (질투라곤 생각도 못한 태연한 눈이 너를 마주했다.)
 
Sasha:" .. "
어떻게든 트집을 잡으려는 것 마냥 바쁘게 움직이는 입을 빤히도 쳐다보았다. 조금 우물대긴 했으나 나쁘지 않은 답변에 곧 표정을 풀었지만. 무엇보다 마지막에 저 '파트너도 너뿐인 걸' 이 이상하게 제 맘에 쏙 들었다. 몰론 티는 절대 절대 절대! 안 냈다.
" 그럼 뭐... 됐어. "
 
Liam:... 괜찮은 거 맞지? (순순한 대답에 마음을 놓았으면서도 한 번 더 물어본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사샤가 됐다면 된 거니까. 사샤의 손을 올려 한 바퀴를 돌았다. 춤 자체는 단순한 동작의 반복이니 어려울 건 없었다.)
 
Sasha:" 어, 괜찮아. " 속눈썹을 내려깔고 턴을 돌았다. 이젠 조금만 싫은 티를 내도 곧잘 눈치를 보는 이 남자에게도 익숙해졌다.
나름의 호의나 감사나 신경질적인 제 태도에 대한 사과 비슷한 느낌으로, 입모양으로 '정말이야' 라 덧붙이며 웃어주었다. 슬 노래가 끝나가는 것 같아 아쉬운 기분이 든다.
 
Liam:(웃는 얼굴에 스텝이 살짝 꼬였다. 넘어지는 대참사론 이어지지 않았으나 팔에 힘이 들어가 사샤를 세게 끌어안았을 뿐. 어쩌면 넘어지는게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흐악, 미안! 미안해. 안 다쳤지? (점점 작아지는 음악소리와 서로의 파트너와 사라지는 아이들이 있어 다행이었다. 다들 쳐다보고 있었다면 웃음거리가 됐을테니.)
 
Sasha:함께 중심을 잃어 하마터면 큰 소리를 낼 뻔 했다. 네 팔에 의지해 중심을 되찾고 제자리에 섰다.
" 괜ㅊ, 괜찮, 아.. "
네 옷깃을 꼭 붙잡은 걸 뒤늦게 알아채고 떼어보니 작은 구김이 남았다. 이대로 넘어졌음 파티 한 가운데서 같이 우스울 뻔했다며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양심도 없이 심장이 빨리 뛰는 것 같아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이 착해빠진 남자한테 느껴 마땅한 감정은 따로 있었다. 음악 소리가 잦아들기 시작하자 황급히 말을 돌린다.
" 배가 좀, 고프네.. 뭐 먹을까? .. "
 
Liam:..미안해. 엄마랑 연습할 땐 괜찮았는데. 아... (자신도 모르게 엄마라는 말이 나오고야 말았다. 엎어진 물을 어떻게 주워담을까. 너무 부끄러웠다. 마마보이 취급당할 것이 뻔했다.)
내가, 먹을 것 좀 가져올게. 여기서 잠깐만 기다릴래? (부끄러움으로 빨갛게 물든 얼굴을 가리며 급하게 자리를 피한다.)
 
Sasha:" 엥? 엄마.. " 네가 떠난 자리에 대고 중얼거렸다.
' 친구들이라며. 여자 친구란게 엄마였어?.. 근데 거긴 화장실 방향인데,... 알아서 찾겠지. ' 도망치는 뒷목이 발그레한 것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 엄마였구나. 여자 친구인줄 알고 짜증날 뻔,.... 아니지. 내가 왜 짜증이 나? ' 바보취급은 커녕 안심이라니, 이쪽도 민망하기는 마친가지다. 그제서야 여유를 갖고 주위를 둘러보며 널 기다렸다.
 
Liam:(정신없는 발걸음이 도착한 곳은 푸드코너가 아니라 화장실이었다. 거울을 통해 보는 자신이란. 엉망진창 그자체였다. 귀끝까지 빨개져선 흐트러진 머리까지. 찬 물로 세수하자 머리카락이 더 내려와선 평소의 자신과 다를게 없었다. 세면대를 잡고 한숨을 쉬었다... ) 진짜 바보같다...
(접시에 핑거푸드 몇 개와 약간의 과일, 그리고 음료수 두 병을 손가락에 끼고 네게 갔다. 뭐라고 말을 걸 용기조차 나지 않았다. 그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용기는 인정하는 것 뿐.) ... 맞아. 나 친구들이 별밖에 몰라서, 엄마아빠랑 연습했어. 미안해...
 
Sasha:아는 얼굴들과 간간히 인사를 주고받으며 조금 더 기다리니 네가 나타났다. 가져온 음식들을 빠르게 훑어보더니 스틱 프레첼을 하나 집어 베어물었다. 이 포인트에서 사과할 줄은 정말로 몰랐는데.. 황당할 지경이었지만 네가 사과하는 바로 그 일로 기분이 좋아져 버렸으니까. 조금 상냥하게 굴어볼까.
" 부모님이랑 연습한게 뭐가 미안해? 네 평소 취미를 생각하면 이상한 일도 아닌데.. 오늘 춤 멋졌어. 몰랐는데, 아주 멋진 춤 선생님을 뒀잖아? "
저로썬 최고의 찬사였다. 이런 소린 제게 영 어색해서 흐, 하고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Liam:(마마보이라고 들을 준비가 되어있었다. 실제로 들으면 눈물이 찔끔 나겠지만... 예상과 다른 반응에 대답도 못하고 눈만 깜빡인다. 장난일까 싶지만 진심이 담긴 목소리였다. 마치 위로해주는 것 같은, 다정함.)
부모님이랑 연습했다고 얘기하면, 부끄러워서... 그러게. 최고의 춤 선생님인데 내가 바보같았어. (그제서야 자신도 긴장이 풀렸는지 가져온 핑거 푸드 하나를 입에 넣었다. 스테이지에는 두세 커플만이 무르익은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고, 그걸 그저 보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 음료수로 목을 축인다.)
사샤, 너와 춤추는 거니까 완벽하고 싶었어. 마지막에 미끄러졌지만, 그래도...
난 즐거웠는데. 너도 즐거웠으면 좋겠다.
 
Sasha:그래, 멍청하기는. 눈썹을 까딱이며 속으며 핀잔을 주었지만 굳이 입밖으로 꺼내 간신히 나아진 분위기를 도루묵으로 만들 필요는 없었다.
" 미끄러진 걸 생각하면,. 완벽하다곤 못하겠지만. 충분히 즐거웠어, 나도. "
충분했다, 란 말이 딱 어울렸다. 파티에 있어서는 항상 최고나 완벽만을 노렸던 본인이었지만 오늘은 조금 달랐으니까.
 
파티 분위기에 취해 실컷 웃고, 춤추고.
 
오직 이 순간 이외에는 그 무엇도 생각하지 않은 채 즐기다 보니 어느새 창밖에는 완전한 어둠이 내려앉았습니다.
 
사샤는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는 리암을 잠시 응시하다가, 이내 리암의 손목을 부드럽게 쥐고 어디론가 이끌기 시작합니다.
 
강당을 나서, 아무도 없는 복도를 지나고, 계단을 오르는 리암의 뒤를 순순히 따라 걷다 보면, 잠시 후 다다른 곳은 다름아닌 학교의 옥상입니다.
 
사샤가 익숙하다는 듯 옥상 문을 열자 순간 바람이 화악 불어오며 그 머리칼을 흐트러뜨립니다.
 
사샤는 가볍게 머리칼을 쓸어넘기고, 리암에게로 손을 내미네요.
 
Sasha:“괜찮아. 이리 와.”
 
Liam:조심해. 사샤! (자신이 걱정한 걸 미리 안 듯한 말투다. 센 바람을 걱정하며 네 손을 잡았다.)
 
Sasha:" 글쎼, 괜찮다니까" 잡은 손에 힘을 밀어넣으며, 기분좋은 듯 웃는다.
 
옥상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아름답습니다. 정말로요.
 
아래를 내려다 보면 따뜻한 색으로 반짝거리는 조명이 시선을 사로잡고, 고개를 들면 쏟아질 것만 같은 별빛이 눈가를 간지럽힙니다.
 
그리고 옆을 보면… 언제나 그랬듯이, 사샤와 눈이 마주칩니다.
 
사샤는 얼마간 말없이 그저 리암을 바라봅니다.
 
숨을 쉬는 것조차 잊은 채 시선을 마주한 지 얼마나 지났을까요?
 
사샤의 입술 사이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옵니다.
 
Sasha:“리암.”
“내가 왜 갑자기 널 여기에 데려왔는지, 혹시 알아?”
 
Liam:... 아래가 너무 시끄러워서?
음... 아니면... (눈이 마주친 시간이 너무 길었다. 노을 탓인가? 뺨이 조금 뜨거웠다.)
 
Sasha:" 뭐? .." 하하, 짧게 웃었다. 머리카락이 잘게 흩날릴 때마다 노을 빛이 사이로 반짝이다 사라지길 반복했다.
" 내가 널 여기에 데려온 건,.. 너한테 듣고 싶은 말이 있어서야.. "
네가 말을 질질 끌 때면 항상 답답해했었는데, 지금 이 순간 만큼은 네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목 뒤로 열이 오르는 것 같았다.
" 내가 자존심때문에 여태 못 물어본 건데, 솔직하게 대답해줬음 좋겠어.. 모르는 척 하면 안돼? 아무리 너라도 이런 날, 이런 순간에 이런... 질문은 바로 알아 들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
사설이 길었다. 제가 무슨 말을 중얼거리고 있는 것인지 무슨 의도를 갖고 이곳에 온 것인지 잘 기억이 나질 않았다. 이럼 안됐는데. 이건 마치.. 정말로..
 
Liam:... 그, 러니까... (이런 날, 이런 순간, 이런 질문. 어바웃 타임이나 노팅 힐보다 인터스텔라와 콘택트를 더 좋아하는 자신이라도, 명백히 알 수 있는 그 어떤 순간이었다.)
(자신이 넘겨 짚는 걸지도 몰랐다. 그치만 자신은 여자랑 사귀어 본 적도 없고, 스킨십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오늘 처음이었고... 그래서 더 조심하게 된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으론 의문이 드는 것이었다. 왜 나지? 특별히 잘난 면도 없는데. 오히려 괴짜소릴 듣는게 익숙하고 편한 자신이었다.)
네가 생각하는게... (잡은 손이 떨렸다. 아무 것도 맞는 둘의 마음이 겹칠 확률이 얼마나 될까.) 정말 나한테 하는 말이 맞아? 나는, 풋볼팀처럼 잘 나가는 애들도 아니고, 수학영재반처럼 아주 똑똑한 애들도 아닌데...
 
Sasha:" ...그런 애들이었음 나도 지금 이런 기분이 들지 않았을 거야. " 그래. 똑똑한 애들이나 잘 나가는 애들처럼. 서로 아주 잠시 타올라도 아무런 심경의 변화를 기대할 수 없던 그런 애들이었다면.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넌 절대 모르겠지. 저도 잘 모르겠는 제 마음을 네가 알 수 있을리가 없었다. 이런 마음으로 이 말을 꺼내도 될 지 몰라 한참을 입술만 달싹였다. 고개를 바로하고 입을 연 순간 역광에 얼굴에 까맣게 그림자가 진다.
" ...리암. 나, 어떻게 생각해? "
 
Liam:나는... (여기서 이 말을 한다면 프롬 파트너에서 친구만도 못한 사이가 될지도 모른다. 그저 욕심일지도. 오늘의 사샤는 평소같은 앤데, 저 혼자 프롬이라 들떠서 다르게 보고. 그래서 사샤도 자신을 다르게 보지 않을까하는.)
네 생각 이상으로 널 좋아해. (형편없이 떨렸을 목소리가 이상하게도 차분했다. 생각이 정리된 머리는 구름하나 끼지 않은 하늘처럼 깨끗했다.)
이 감정은... 친구가 아니야. (명백한 감정이었다. 더 이상 숨길 수도 없는.)
 
Sasha:그토록 바라왔던 한 마디였다. 소심하고 자신감없는 너 답지 않게 올곧게 제 귀에 박히 못소리에 털이 서는 기분이었다. 지금 내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가늠도 채 되지 않았다. 제가 항상 바라보기만 했던 그런 바보같은 표정을 네가 보고 있는게 아니길 바라고 또 바랐다. 친구가 아니면, 친구가 아니면, 뭔데. 자신감이 없는건 본인일지도 몰랐다. 염치없게 그 이상의 확신을 원했다.
" 날.. 좋아해? "
 
Liam:사랑해. 이 감정을 증명할 수 있다면. (바람에 흩날리는 사샤의 머리카락을 넘겨준다. 떨림하나 없는 다정한 손길이었다. 머리카락을 넘긴 손가락이 귀를 덧그리며 네 뺨을 감싸쥐었다.) ...어떤 일도 할 수 있을 정도로.
 
Sasha:" 내가 했던 모든 말들이 거짓 같아지는 순간이 오더라도 넌 날 믿어야 해. 약속 지킬거지? "
제 머리칼을 넘기는 손 위로 저를 겹쳤다. 따스한 온기가 손바닥부터 피부로 옮아오는 것 같았다. 천천히 감았다 뜬 눈이 널 바라보았다.
" 처음부터 네가 좋았다고 말할 순 없지만.. 아직 조금 헷갈리고 믿기지 않지만, 나도 널 좋아해. 이게 맞는 것 같아. "
 
사샤의 말이 끝난 직후, 눈앞에 하얗고 복슬복슬한 털을 가진 토끼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 토끼는… 분명 리암이 꿈 속에서 보았던 그 재수없는 녀석입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설마… 지금도 꿈을 꾸고 있는 건가요?
 
크게 당황한 리암이 사샤에게로 고개를 돌리면, 사샤는 평온한 얼굴로 그 토끼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네가 이겼네. 사샤.”
" 뭐... 내 예상과는 다른 결말인 것 같지만. "
 
Liam:이겼다고...? (방금 고백을 한 사람에게 나올 수 없는 말이었다. 이해안가는 상황에 그저 사샤만 쳐다본다. 그만이 모든 것을 설명할 거라 믿기에.)
 
Sasha:" 내가 뭐랬어. 이긴댔잖아. "
하얀 토끼를 올려다보며 말을 뱉는 투가 승리자의 것이라 말하기엔 영 떨떠름했다. 리암의 손이 아직 제 손 안에 있는게 다행이라 생각했다. 차가운 시선을 돌려 리암을 바라보았다. 말을 고르는 표정이었다.
" ...너로 내기했어. 4시 11분에 보인 아무나의 마음, 그리고 소원으로. 실망했어?.. "
부러 단조로운 어조로 말하는 것도 같았다. 실망을 묻는 순간 눈동자가 흔들렸다. 평소의 자만은 잊은지 오래고, 널 생각하면 감히 확신을 담을 수 없었다.
" 거짓말 한 적 없다고 하면.. 믿어줄 수 있어? "
 
Liam:결국 내기가 맞았네. (자신이 생각한 상대만 다를 뿐, 누가 쟤랑 사귈지. 누가 쟤한테 먼저 고백받을지 같은, 뻔한 내기. 실망스러웠다. 그리고 조금 슬펐다. 함께 했던 시간들은 한없이 적었는데. 감정이 너무 컸던 탓인지 정리가 되지 않았다.)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잡은 손 또한 놓지 않았다.)
 
Sasha:바로 들려오지 않는 대답에 마음이 조급해졌다. 맞잡은 손 끝이 하얘지는 기분이 들어 다급하게 변명을 덧붙였다.
" 리암 나, 마지막 말은 할 필요없었어. 네가 처음 좋아해, 를 꺼낸 순간에 이미 내기는.. 끝났었는데.. 내가 널 좋아, 해서.. "
도중 그만두기에는 나도 너무 큰 걸 걸어버려서.. 이런 말이 전부 변명처럼 들릴 것을 모르지 않았다. 모를 수 없었다. 몇 번이나 내기 같은 것 아니냐며 의심했던 네게 속고만 살았냐며 말을 돌렸던 자신이, 너는 실망스럽고 밉지 않을 리가 없었다.
" 미안, 미안, 해... "
이런 사과를 마지막으로 입에 담아본 것이 언젠지 기억도 채 나질 않았다.
" ...소원을 너에게 줄게. 무엇이든 빌어. 이건 내 작은 사과이자 속죄이자.. "
 
Sasha:염치없게도 사랑이었다. 소원으로 네 기억을 지워달라 말하고 싶었지만, 제게 그럴 자격이 있을 리 없었다. 널 올려다보았다. 네게는 가히 처음 비추는 표정이었다.
 
Liam:(내기에서 이겼으니 저 문을 열고 나가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자신은 이상한 괴짜로 돌아가는 거고, 사샤는 고고하게 학교의 왕으로 군림하면 된다. 그러면 끝날 일을. 처음보는 표정에 처음듣는 사과. 한숨을 쉬었다. 항상 미안해하는 건 자신으로 충분했다. 그러니까... 네 그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는데.)
(입 안에 모래가 찬 듯 꺼끌거렸다. 같이 갔던 해변에서 누웠을 때 굴러들어온 게 분명했다.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기분. 비참한 기분은 많이 겪었으니 이건 아니었다. 그렇다면 배신감일까. 배신감이라기엔 나쁘지 않았다. 그저 리암이 겪지 못한 감정들 중 하나다. 그리고 곧 그게 어떤 감정인지 깨닫게 된다. 왜냐하면 네가 알려준 감정이니까. 네가 보이고 있는 감정이니까.)
가을에 별자리 보러가기로 한 거. 잊지 않았지? 생각해보니 그걸로 충분하지 않아서. 겨울, 봄 그리고 여름에도 별자리를 같이 봐줘. 비가 오는 날도, 흐린 날도. (고개를 숙여 네 이마에 제 이마를 갖다댔다. 서툰 스킨십이 어색했지만 최대한의 용기를 냈다.)
 
Liam:너 정말 못됐어. 근데... 이젠 아무래도 좋아. 난 못된 널 좋아하니까.
 
Sasha:그렇게 당하고, 그러고 또 속고도 사람을 믿어버리는 널 바보같다고 해야할지. 먼 미래의 날을 이야기하는 목소리에 또다시 눈동자가 흔들렸다. 제가 잘못 듣고 있는게 아닌지 볼이라도 꼬집어볼까 하는 상상을 아주 잠깐 했지만 떠올리기만 해도 바보같은 짓이라 내심 치를 떨며 그만 두었다. '못된 내가.. 좋다고.' 볼을 꼬집거나 하는 일 없이도 저는 알았다. 학교 제일의 퀸카에겐 매우 익숙하지만 또, 오늘만큼은 이상하게 익숙치만은 않은 감각이 귓가에 대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못된 사샤, 너는 지금 사랑을 하고 있노라고. 이마의 온기가 닿기가 무섭게 입술이 닿았다.
 
둘의 입술이 닿은 순간, 토끼는 조용히 모습을 감춥니다.
 
이 이상한 환영도 파티도 끝나버렸지만 필요하다면 대화를 더 나누어봐도 괜찮겠죠.
 
그야, 이건 로맨스 코미디고, 지금 사샤와 리암이 서 있는 이곳은 마법처럼 아름다우니까요.
 
ENDING 1 <이... 사랑스러운사람!>